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4.03.22 11:58

자사주 소각안·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 모두 사측 완승

22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22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과 손잡고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일으킨 세 번째 '조카의 난'에서 또다시 패배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위임 현황 파악에 시간이 지체되며 10시가 넘어서야 회의가 열렸다.

이날 사측의 제2-1호 의안인 자기주식 처분·소각과 관련한 정관의 변경 안건은 찬성률 74.6%로 가결됐다. 박 전 상무 측의 대리인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안한 제2-2호 의안은 찬성률 25.6%로 부결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사회가 상법에 따라 자기주식의 처분 및 소각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결의할 수 있도록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추진했다. 또한 향후 3년간 기존 보유 자사주의 50%를 분할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면 차파트너스는 주주총회 결의가 있는 경우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 없이 소각할 수 있도록 제2-2호 정관 변경안을 제출했다. 또한 내년까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가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22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가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차파트너스 측은 자사주 처분 여지를 남겨두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상무는 "회사가 18.4%의 자사주를 3년간 소각한다고 밝혔으나 이후에도 10%가량의 자사주가 남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상장사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비중"이라며 "투자 재원 확보가 목적이라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유상증자를 해 주주에게도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주를 회사가 자유롭게 소각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며 "주총 결의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금호석유화학 측은 "주주제안처럼 주주총회 결의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은 국내 상장 법인 중 전례가 없다"며 "전체 자기주식의 소각은 오히려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사측이 제안한 안건에 찬성했다. 정관 변경의 건이 금호석유화학 측의 승리로 끝나며 이날 주총의 3호 안건인 '자사주 소각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사측 안건만 통과됐다. 사측이 추천한 최도성 한동대학교 총장이 76.1%의 찬성표를 얻었다. 차파트너스가 내세운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찬성률이 23%에 그치며 부결됐다.

특히 이날 주총장에서는 사측과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 상무가 김경호 의장 추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 최도성 후보도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말한 바 있다"며 "배임 행위 수혜자인 박준경 사내이사 선임 당시 현 이사진 의견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의장을 맡은 백 대표가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의사 진행을 방해하러 오신 거냐"며 "이외 발언 계속할 시 발언 금지하겠다"라고 제지했다. 이어 "본 안건에 설명을 부탁했는데 오히려 질문을 했다"며 "(의사를) 그냥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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