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26 06:00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을 거듭 중인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을 정리할지 주목된다. 최근 그룹 계열사마다 현금유동성이 악화돼 ‘애물단지’ 처리가 급해진 상황이다. 이에 롯데쇼핑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 여부를 두고 최근 고심 중이다. 이달 현대백화점이 부산점 전면 리뉴얼을 단행하며 사실상 백화점 사업을 철수하자,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영향권에 놓였다는 관측이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지난 1995년 국내 3대 백화점(신세계‧롯데‧현대) 중 처음으로 부산지역에 문을 열었다. 2006년 지방 최초로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유치하는 등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부산을 대표하는 고급 백화점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하지만, 2013년 에루샤 이탈과 함께 부산점이 위치한 부산 동구의 상권 붕괴가 치명타로 작용했다. 2012년 3000억원대의 매출 규모는 2020년대 들어 1000억원대까지 줄었다.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동병상련 신세다. 2008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 인근에 개점해 부산지역의 신흥 상권을 가장 먼저 공략했지만, 이듬해 신세계백화점이 세계 최대 규모의 부산 센텀시티점을 세우자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매출 2조51억원, 롯데 센텀시티점은 1334억원에 그쳐 두 점포의 매출 격차가 15배까지 벌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규모와 시설 측면에서 앞선 측면이 있지만, 롯데 센텀시티점은 명품 브랜드가 빠진 자리에 핵심 콘텐츠를 넣지 못했다”며 “최신 트렌드에서도 상대적으로 밀려 고객 유인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등, 신세계 센텀시티에 고객이 몰리는 ‘빈익빈부익부’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롯데 센텀시티점이 부산시에 실시계획(지구단위계획) 용도변경 신청에 나선 것도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실내체육시설과 공유오피스, 의료시설 등으로 빈 매장을 채우려는 계획이다. 해당부지는 판매·운수·문화·집회 시설만 허용되는 도심엔터테인먼트(UEC) 지역이기에 별도의 용도 신청이 필요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아직까지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시와 의견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기업 오카도와의 파트너십 계약에 따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고객 풀필먼트 센터 구축을 위한 기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기업 오카도와의 파트너십 계약에 따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고객 풀필먼트 센터 구축을 위한 기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 센텀시티점을 매각하고 싶어도 부산지역 부동산 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발표한 전국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부산은 전년 대비 –2.89%를 기록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센텀시티점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액은 각각 857억원, 661억원으로 총 1518억원으로 집계된다.

한편에서는 롯데그룹이 부산지역을 본거지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센텀시티점 매각이 복합적이라는 시각이다. 매각을 서두르다 자칫 그룹 차원의 대단위 투자 계획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다.

롯데쇼핑은 2030년 운영을 목표로 영국 오카도와 손잡고 부산에 1조원을 투자,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2026년에는 부산롯데타워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해 2029년 재개장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유동자산이 급감하면서 센텀시티점 매각이 수면 위에 오른 상태지만, 부산지역에 대한 그룹 투자 계획과 맞물려 헐값 매각이 쉽지 않다”며 “결국 센텀시티점의 저조한 매출은 올해 롯데쇼핑의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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