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정
  • 입력 2016.10.07 10:56

스카프를 다양하게 매는 방법이 페이스북에 떴다. 매년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동영상임을 알면서도 새로운 방법이 있나 하고 집중해서 들여다본다. 가을이 가장 멋스러운 계절인 이유 중 하나는 스카프를 할 수 있어서다. 

일교차가 큰 가을날씨에 스카프는 항상 유용하다. 출근길에 목을 둘둘 둘러도 되고, 사무실에서 반쯤 접어 무릎에 덮기도 좋다. 따뜻한 낮에는 가방에 집어넣어도 구겨지지 않아 가지고 다니기에도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무엇보다 스카프는 두른 사람의 취향을 드러낸다. 색과 무늬가 멋진 스카프를 멋스럽게 묶거나 두른 사람들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소녀를 많이 그려낸 애니 프렌치의 스카프를 한 소녀를 발견한 순간, 시선은 집중되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애니 프렌치의 부드럽고 화려한 취향을 순식간에 알 수 있었다. 

My Love is Like a Red Red Rose

애니 프렌치의 그림에서 소녀는 바람 가운데 흔들리는 꽃을 다발로 만들어 쥐고 있다. 그 가운데 바람이 불자 곱게 두른 스카프가 바람에 부풀어 휘날린다. 스카프가 부풀어 오른 아름다운 곡선이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화려한 형태감을 드러낸다. 화면에 가득한 파란 꽃들 역시 마찬가지다. 놀랍도록 그득하고 놀랍도록 화려하다. 활짝 핀 꽃들이 치마의 파란 줄무늬와 레이스에 뒤섞여 그림의 장식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간간이 드러나는 붉은 빛의 꽃들이 눈부신 파랑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애니 프렌치 Annie French (1873–1965)는 스코틀랜드 최대의 도시 글래스고 지방에서 태어나고 공부한 화가이다. 영국 계열 작가여서인지 라파엘 전파풍의 상징적이고 문학적인 분위기가 묻어난다. 오브리 비어즐리의 장식적이고 곡선적인 영향력이 드러나기도 한다. 애니는 생생한 색채와 곡선적인 형태를 결합하여 개성있는 화면의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개성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상업화하기에도 적합해 엽서나 축하 카드 등에 그녀의 역량을 아낌없이 드러내게 된다. 애니 프렌치는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했다. 

인생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리고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인간이 취향을 가진 존재여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취향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가벼운 천 조각, 취향을 드러내는 스카프 하나로도 자신을 좀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고,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좋은 기회다. 그럴 수 있는 계절이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당신의 놀라운 취향을 기꺼이, 적극적으로 드러내시라. 

글쓴이☞ 선화예고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예술고등학교에서 디자인과 소묘를 강의했고, 지금은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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