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5.11.14 22:14
14일 관세청의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자 심사에서 재승인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전경.

롯데가 경영권 분쟁에 발목이 잡혀 결국 면세점 사업권을 잃었다.

롯데면세점은 14일 관세청의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자 심사에서 소공점은 특허를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월드타워점은 재승인에 실패, 두산에 내주게 됐다.

면세 사업에 진출하려는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았던 점도 있었지만 가장 큰 패인은 역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롯데는 ‘독과점 논란’에도 시달려왔다. 지난해 8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의 시장점유율이 53.4%에 이르는 만큼 다른 업체에도 기회를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로써 롯데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추진해온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100%에 가까운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낮추고 그룹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 형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던 롯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텔롯데 매출의 80% 이상이 면세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면세사업권 유지가 기업 가치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롯데측은 월드타워점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호텔롯데 상장에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해 약 2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국내 면세점 부동의 1위이며 월드타워점은 매출 4,820억원으로 국내 면세점 가운데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월드타워점은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 소공점과 신라면세점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터라 롯데로서는 이번 재승인 실패가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면세점 2곳을 모두 지켜내기 위해 신동빈 회장이 청년 희망펀드에 100억원을 기부하고 문화예술 지원을 위해 롯데문화재단을 출범시키는 등 총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020년 면세점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롯데는 이날 관세청 발표 직후 자료를 내고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내용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호텔롯데 상장도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해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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