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5.03 16:46

"정부, 집단면역 실체·목표 이루면 뭐가 달라지는지 설명 없어…중증환자·사망자 줄이는데 중점 둬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집단면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TV 유튜브 캡처)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집단면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TV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학교 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도달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져 거리두기가 종료되며, 마스크를 벗고 세계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접종률 70%에 도달한다고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거리두기를 종료하는 일이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백신 사업의 목적은 바이러스 근절보다 중환자, 사망 환자 등을 줄이는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단면역이란 집단 내 구성원 다수가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게 돼 집단 전체의 감염 확률이 줄어들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률 70%를 달성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 목표인 11월 집단면역 달성. 그러나 집단면역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 목표를 달성하면 국민 생활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 설명은 없다. 많은 국민들의 예상과 달리 접종률 70%에 도달한다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집단면역 70%는 코로나19 재생산지수가 3이란 학술데이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3이란 숫자가 확정된 숫자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재생산지수가 1이면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1명을 감염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란 뜻이다.

오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접촉 기회, 모임의 크기와 행위 등에 따라 코로나19 재생산지수는 0.7부터 6.3까지 다양하게 관측된다. 오 위원장은 "재생산지수는 연구 결과와 장소에 따라 매우 큰 범위에 걸쳐 달라진다. 그런데도 재생산지수 3과 집단면역 70%라는 수치가 아무런 의심 없이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백악관 수석 의학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도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정의 자체부터 모호한 집단면역이란 개념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70~85%의 숫자가 확실한 팩트인지 우리 과학자들은 모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독감처럼 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가 전 세계 23개국 과학자 119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토착 가능성을 물었더니 89%가 '토착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바이러스가 근절될 것이란 물음엔 39%만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토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까닭은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는 면역력 ▲면역 회피 바이러스 출현 ▲2차 감염 차단의 어려움 ▲백신 접종률 확대 문제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숙주 등 다섯 가지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전문가들은 결국 인류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것으로 예측한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모두 경증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백신으로 중증 또는 사망환자를 막는다. 나이가 올라갈수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도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는 인플루엔자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지 않는다. 고위험군만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중환자 발생이나 사망을 막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예측에 근거해 백신 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이 아닌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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