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2.02 14:31

[뉴스웍스=이상호기자] 트럼프 미 행정부의 첫 국방방관으로 임명된 제임스 매티스가 한국을 방문했다. 미 국방장관이 동맹 중 첫 방문국으로 선택한 나라가 한국이다.

매티스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국방부는 “미국에서도 원치 않는다”며 “그의 ‘미친개’ 별명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고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니 코끼리가 더 뇌리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그의 거침없는 발언 때문이다. 2005년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이 가장 유명하다.

“아프가니스탄에 가면 여자가 베일을 안 썼다고 5년 동안 구타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그런 놈들은 남자도 아니죠. 그러니 그런 놈들을 쏘는 건 즐겁습니다. 그게 싸움의 재미입니다. 그게 최고인 건 알겁니다. 어떤 사람들을 쏘는 건 재미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시끄러운 게 좋습니다”

이라크 전쟁 당시 지역 지도자들에게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평화를 위해 왔습니다. 포병도 안 데려 왔습니다. 하지만 눈물 나도록 간청하는데 만약 날 열받게 하면 모두 죽여 버릴 겁니다”

이외에도 그의 어록은 많다. 이런 그의 언행을 ‘매티시즘’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이런 모습 때문에 트럼프 정부와 잘 어울리는 인사라는 식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군 지도자로서 그의 자질은 인정받는 편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염두에 뒀던 미셸 플러노이까지 ‘존경받는 군사 지도자’라고 평했을 정도다.

매티스는 1969년 해병대 사병으로서 근무를 시작해 1972년 소위로 임관한다. 이후 중령으로 걸프전에 참전했고 2000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또 2003년에는 미 해병대 1사단장으로 이라크 전쟁을 지휘했다. 이후 미 해병대 1원정 여단장과 해병대 중부사령관을 역임했고 중부통합군사령관까지 지낸 뒤 2013년 전역했다.

매티스는 장성으로서 전역한 지 7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 미 상원의 특별 허가를 얻어야 했다. 하지만 예외 임명을 위한 투표, 인준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을 얻으며 국방장관에 공식 임명됐다.

매티스가 거부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공화당 일각에서 매티스를 후보로 내세우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국토안보부에도 미 해병대 대장 출신인 존 켈리가 임명돼 미국의 안보 정책이 해병대의 호전성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런 시선 때문인지 트럼프가 ‘물고문 부활’을 주장하자 매티스는 ‘물고문에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점도 독특한 이력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그를 해병대와 결혼한 ‘전사 수도승’으로 곧잘 표현한다. 슬래이트(Slate) 매거진은 2010년 보도에서 ‘그의 집은 극도로 깨끗했고 방에는 역사서적과 군사 매뉴얼로 채워진 책장이 가득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매티스가 사드 배치 일정을 확정지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에 도착한 매티스는 “분명히 사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사드가 논란의 핵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국의 새 행정부의 1기 국방장관은 주로 중동을 방문했다. 첫 순방지에 한국이 포함된 것도 20년만이다. 그만큼 한반도와 동북아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인데 이런 관심은 과히 부담스럽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북핵 청문회에서 북한 선제타격 언급이 나오는 등 대북 강경론이 부상하고 있고 매티스 역시 “어떤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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