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2.10 15:56
<사진제공=구글>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설보다 더 큰 명절인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풍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은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명절이다.

대보름의 달빛은 예로부터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었다. 이 날만은 모두가 집에 돌아와 동제(洞祭)를 지내고 가족과 함께 쥐불놀이, 연날리기, 연날리기, 달집태우기 등의 민속놀이를 즐기곤 했다.

개인적인 기복 행사로는 부럼 깨물기, 귀밝이술 마시기, 오곡밥, 복쌈, 달떡 등 각종 나물 등의 음식을 먹는 것이 있는데, 특히 오곡밥이 대표적인 절식이다.

정월대보름 오곡밥은 한 해 농사가 잘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곡식을 모두 넣어 짓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오곡밥에 넣는 곡식에 차이는 있었지만 청·적·황·백·흑을 의미하는 5가지 곡물을 섞어 오행의 조화로운 기운을 밥으로 섭취하도록 했다. 대개는 찹쌀, 보리, 차조, 검은콩, 기장, 팥, 수수 등으로 짓는다.

오곡밥은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절식이기도 하지만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은 ‘웰빙식’으로 알려지면서 특히 인기다. 오곡밥에 주로 들어가는 곡식들은 각각 저마다 다르고 풍부한 영양소를 지니고 있다.

먼저 ‘찹쌀’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비타민 E를 함유하고 있어 피부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조와 기장’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쌀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다.

‘팥’과 ‘콩’ 껍질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데, 안토시아닌은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줘 눈 건강 유지와 콜레스테롤 억제에 도움을 준다.

‘수수’는 폴리페놀 성분이 높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혈당조절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식습관, 운동습관,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이 영향을 받는 질환인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예방 효과가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정월대보름 오곡밥에 쓰이는 잡곡들은 대부분 도정 과정을 많이 거치지 않은 통곡물이라는 점이다.

오곡밥에는 정제곡물과 비교했을 때 탄수화물 양은 적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미네랄 양은 더 높다. 특히 칼슘은 약 3배 정도 많고 철분도 3배 정도 많다. 물론 잡곡을 먹는다고 해서 마치 약처럼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잡곡을 섭취하면 비만과 당뇨, 심혈관질환 등의 성인병을 관리 및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동물 세포실험을 한 결과, 수수와 조의 추출물은 혈당 상승을 50% 이상 억제해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세포 사멸률은 수수가 77.7%, 조는 64.1%로 암 예방 효과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오곡밥이 ‘웰빙식’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해외 연구결과도 많다. 미국심장협회(AHA)는 공식적으로 통곡물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비만과 심장병,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미국 터프츠대학 연구팀이 ‘임상영영학’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통곡물은 장 건강과 면역 반응을 증진시켜준다.

연구팀은 81명의 건강한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식단에 다른 차이는 두지 않고 오직 첫번째 집단에는 통곡물을, 두번째 집단에는 정제곡물을 섭취하게 했다. 8주 후 관찰 결과, 통곡물을 먹은 집단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장내미생물이 줄어들었고 감염을 퇴치하는 백혈구 세포가 증가했다.

다만 오곡밥도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혈당을 증가시키게 된다. 적당히 먹고, 도정 과정을 거치치 않았으므로 꼭꼭 씹어 먹는 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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