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5.02 09:19

21세기 디지털 혁명이 의료와 건강관리 산업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건강증진 지원이 가능해짐으로써 치료중심의 종래 의료시스템을 밑바닥부터 바꿔놓을 판세다.

디지털 헬스의 꽃은 웨어러블 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ITC)과 바이오 센서, 빅데이터가 결합되고, 여기에 나노기술과 메카트로닉스 기술까지 합세하면서 U-health의 지평이 무궁무진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웨어러블의 흐름은 단연코 실버를 향하고 있다. 건강관리에 대한 니즈가 강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한 기술이 쏟아져서다.

미국은 이미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4.5%를 넘어선 고령국가다. 이 수치는 2030년 7400만으로 늘어난다. 의료비 상승에 따른 노년층 건강관리에 대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성인의 절반이 심장질환과 암, 당뇨병, 비만,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린다. 이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전체의 85%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웨어러블은 노년층 건강서비스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동안 노년층은 첨단과학의 소외계층이었다. 그러나 개인의 건강을 원격으로 챙겨줄 모니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인을 위한 1차 의료제공자의 몫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응급상황을 즉각 가족에게 알린다

응급상황을 알리는 비상호출 시스템이 등장한 것은 1972년이었다. Andrew Dibner가 만든 Philips Lifeline은 수백만 명 노인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웨어러블 응급시스템은 어디까지 진화했을까.

손목 밴드형 알렌밴드

알렌밴드(Allen Band)를 개발한 Thor Schrock은 2015년 그의 부친이 낙상을 당한 뒤 24시간 홀로 방치된 사건을 계기로 좀 더 스마트한 응급호출기를 구상했다. 꼬박 하루를 의료의 도움을 받지 못한 그의 부친은 근육과 신장에 심각한 손상을 받아 소생할 확률이 33%에 불과했다. 그가 개발에 초점을 둔 것은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비용과 보호자와의 빠른 소통이었다.

알렌 밴드는 손목 밴드형이다.(그림) 사용자의 갑작스런 동작을 감지해 낙상을 판단한다. 이때 사용자가 안전하다는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보호자(간병인이나 가족)에게 신호를 보내 위급한 상황을 알린다.

제품의 장점은 기존 응급시스템과 달리 월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종래 시스템에선 사용자의 다급한 상황을 중앙감시센터로 전달해 응급조치가 이뤄지도록 한다. 따라서 월 50불 가까운 이용료를 매달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알렌 밴드는 사용자의 정보가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직접 전달된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와이파이가 설치된 곳이라면 반경 100피트까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알렌 밴드는 이외에도 사용자의 심박수와 체온,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규칙적으로 보호자에게 제공한다. GPS를 내장하고 있어 사용자가 집에 없거나 사고를 당하면 위치 정보를 보호자에게 보내 추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격은 349달러다.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어요?

UnaliWear가 개발한 스마트워치는 겉으로 보기엔 고급시계다. 하지만 그 속엔 복약 가이드, 낙상 알림, 그리고 집을 잃었을 때 방향을 잡아주는 기능을 담았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설계된 Kanega 스마트워치

이를 개발한 진앤 부츠(Jean Anne Booth)는 만성호흡기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그의 어머니가 약을 잘못 복용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그녀를 도와주지 않으면 독립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령임에도 혼자 살기를 원했다. 게다가 활동적이어서 종종 외출을 했다. 길을 잃거나 낙상이 우려됐다. 게다가 성격이 예민한 그녀의 어머니는 목걸이형이나 못생긴 호출기는 거부했다.

부츠는 스마트 워치는 복약 시간과 방법을 알려주고, 외출 시 길잡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의 어머니처럼 세련된 노인들이 선호하도록 디자인이 예뻐야 했다.

그녀는 Kanega라는 이름의 시계를 고안해 냈다. 이 시계는 버튼 대신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어 별도로 휴대폰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Wi-Fi, GPS, 자동 낙상감지용 가속도계가 24시간 작동된다.

부츠는 “이 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돼 있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매일 축적되고, 인공지능은 이렇게 업데이트된 정보를 사용자의 편의와 안전에 맞게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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