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기자
  • 입력 2017.05.11 14:53

[뉴스웍스=김영길기자] 청와대가 11일 총무비서관에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임명했다.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에 이 비서관을 기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선 대통령의 최측근이 아닌 예산과 인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를 선임했다는 점이 그렇다. 실제 역대 정부의 경우를 보면 총무비서관에는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중용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 등이 대표적 사례다.

고시출신이 아닌 7급 공채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1965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창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예산처 예산실 예산기준과와 정책홍보관리실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실 경제정책 행정관을 역임했다. 이후 기재부로 돌아와 장관비서관, 농림수산예산과장, 문화예산과장, 인사과장을 거쳐 국장급인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 등을 맡았다.

이 비서관은 고시출신이 대다수인 기재부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서울대 출신이 즐비한 기재부에서 지방대를 나와 고위공무원단에 오른 사례는 흔치않아서다.

청와대는 임명배경에 대해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재정 전문가”라면서 “그동안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막강한 총무비서관 자리는 대통령 최측근들이 맡아 온 것이 전례지만 대통령은 이를 예산정책 전문 행정 공무원에게 맡겨 철저히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운용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사실상 참여정부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 비서관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03년 기획예산처 차관 당시 비서를 했다.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이 되자 장관실로 함께 이동했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됐을 때도 청와대에 함께 들어갔다.

참여정부 사람이지만 이명박 정부때도 중용됐다. 이 총무비서관은 당시 실세였던 강만수 전 장관의 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기재부에서 농림예산과장, 문화예산과장 등을 거친 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핵심보직인 인사과장을 3년 역임했다. 통상 장관이 바뀌면 인사과장도 교체되지만 이 비서관은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박재완 장관시절 발탁돼 2013년 박근혜정부의 현오석 부총리를 거쳐 2014년 최경환 부총리가 올 때까지 인사과장을 계속했다. 기재부에서는 이 역시 이례적인 일로 회자되고 있다.

그가 정권과 장관이 바뀌었는데도 계속 중용된 것은 일처리가 빈틈이 없고 판단이 합리적이었던 것이 결정적인 요인인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재부내에서는 “이 비서관 만큼만 일하라”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일처리가 빈틈없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요직에 중용됐다는 점에서 축하하고 축하할 일이다. 세상은 그래야만 한다. 학벌도 변변치 않고 고시출신이 아닌 그가 줄서지 않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요직에 오른 것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 ‘개천에서 나온 용’을 보기 힘든 요즘 이 비서관이 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열심히 하면 잘되는 세상’은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다. 이 꿈이 앞으로 우리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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