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기자
  • 입력 2017.05.23 15:26

[뉴스웍스=김영길기자] 노무현은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콘텐츠는 그가 조세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던 국회의원과 대통령 시절을 지나 서거 8주기를 맞은 현재까지 그 어떤 정치인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한지 8주년이 되는 날이다. 누구는 ‘언제까지 노무현이냐’고 힐난하고, 또 어떤 이는 ‘아직 노무현이다’라고 항변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하지만 그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호감도 1위, 48.7%)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그의 공과를 떠나 왜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에 대한 애도 혹은 추모를 멈추지 않는 걸까.

모두 공감하는 대목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말을 빌려 답을 찾아보자.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며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른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 국민들은 그가 살아온 삶과 그가 꿈꿨던 세상에 대해 환호한다. 상고를 졸업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수많은 굴곡을 거쳐 대통령에 올라서까지도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꿔 왔던 그의 모습과 정당성, 당당함에 대해 그리워하고 있다.

그의 인생역정을 보면 한 편의 드라마 같다. 흔히 얘기하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부터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2002년 대선 당시,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국민경선(새천년민주당)에서 2%의 미약한 지지율로 시작해 어떻게 대선후보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까지, 모든 과정이 그렇다.

그는 힘들고 어려움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그가 꿈꿨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진했다. 그러다 보니 그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때 ‘모든 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로 잘못되는 것은 다 그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힐난과 조롱 속에서도 그는 한 번도 그의 꿈을 꺾은 적이 없다. 그를 그리워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이제 다시 보니, 비로소 그가 제대로 보인다”고 한다. 그의 소신과 꿈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의 꿈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당부분 맞는 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국가미래 전략보고서인 ‘비전 2030’를 보면 그가 꿈꾼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다. 2006년 8월에 발표된 이 보고서를 보면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장기 국가계획을 담고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로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세계화 등을 꼽았다. 이는 10년 후 현재 대한민국이 정확히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봤던 10년 전보다 훨씬 악화된 문제들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지금 보니 정확한 예견이다. 이제 노무현의 꿈은 문재인 정부의 미래가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꿈꿔왔던 대한민국의 미래가 문재인 정부에서 발현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앞날이 있고, 사람이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