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6.09 11:04
텔레메디신은 만성질환에 의해 늘어나는 국가 부담의 의료비를 줄여주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성질환 관리는 고령사회로 접어든 국가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될 수록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그렇다면 텔레메디신(Telemedicine 원격의료, 주1)은 이러한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 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지난 5월 16일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는 개정된 메디케어 만성질환관리법(Chronic Car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정부는 의회예산국(Office of Budget Office) 추산, 향후 10년 동안 1억5000만 달러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법을 초당적으로 지지한 배경에는 바로 만성질환이 고령사회의 시한폭탄이란 사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성질환 관리비는 현재 노인을 위한 메디케어(주 2) 지출의 90%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92%는 한 가지 이상, 77%는 2개의 질환을 앓고 있다. 심지어 6개 이상 복합질환자가 14%나 된다. 이들 14%에 지불되는 의료비는 메디케어 지출 재정의 46%나 된다.

특히 뇌졸중, 만성신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심장마비, 우울증 등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는 의료비가 평균 수혜자의 7배인 6만 달러를 초과한다.(출처:The Brookings Institution) 미국 지도층이 이 법을 ‘혁신적인 제도’라고 치켜세우는 이유다.

법안의 요점은 1차 진료의 강화, 그리고 가정에서 케어할 수 있는 텔레메디신의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점은 많다. 먼저 의료비를 줄여준다. 예컨대 심부전환자를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Telemonitering, 주3)한 결과, 재입원률이 40%, 전체 의료비도 11%나 감소했다(Mobihealthcare 2014)

의사의 부족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뇌졸중을 다룰 신경과전문의가 부족하다. 특히 시골 환자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거주지에서, 제때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텔레메디신은 이 같은 환자의 불만을 크게 해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새로운 법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를 다루는 의사는 2019년부터 병원의 위치와 상관없이 원격진료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도시의 의사가 시골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과거 법에서는 telestroke(원격뇌졸중 관리)의 경우 농촌지역 등 한정된 지역의 의사에게만 보상을 해줬다.

투석 치료 역시 원격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병원이 아닌 가정이나 별도 시설에서 원격으로 케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안 통과로 특히 사보험인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플랜(주4)에 가입한 사람들의 지원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 병원을 찾지 않고, 온라인으로 진료와 상담을 받는 eCARE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이다.

텔레메디신의 대중화 시대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최근 보고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분석을 보자.

첫째는 인구의 고령화다. 1960년 미국인의 중간연령은 29.5세였다. 하지만 현재는 37.9세, 그리고, 향후 12년 뒤에는 40세를 넘길 전망이다. 이들이 쓰는 건강관리 비용은 19~44세의 경우 1인당 4500달러에 불과하지만 45~65세가 되면 두 배로 증가한다.

둘째는 건강관리시스템의 변화다. 2004년엔 5명 중 1명의 의사가 전자건강기록(EHR)을 활용했지만 지금은 9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엄청난 양의 의료정보를 제공해 디지털 건강관리를 가능케 해준다. 현재 나와 있는 당뇨관리 앱만 3000개가 넘는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기술은 곧 텔레헬스(Telehealth, 주 3)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셋째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의료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 데이터의 통합과 개인맞춤형 치료기술의 발전이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유지케 한다. 그만큼 원격 건강관리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는 건강관리 벤처에 대한 투자열기를 촉진시켜 의료산업의 지평을 열고 있다. 2011년엔 디지털 건강 신생기업 81곳이 벤처 자금을 지원 받았지만 2016년엔 이 숫자가 296개로 늘어났다. 투자 액수는 매년 4~5억 달러에 이른다.

비즈니스 시각에서 만성질환 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하면 할수록 이 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 중심에 텔레헬스 마켓이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저렴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려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원격의료의 비즈니스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텔레메디신은 정부의 또 다른 고민도 해결해 주고 있다. 농촌병원의 폐쇄로 인한 의료자원의 불균형 문제다. 실제 2010년 이후 텍사스 주에서 12곳의 의료기관이 운영난으로 병원이 문을 닫았다.

텍사스 A&M 농촌보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농촌 인구는 주 전체의 11%에 달한다. 이들이 고령화하고, 빈곤층이 많다는 것도 우리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 농촌인구는 도시의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주 정부의 고민은 이들에게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진료기능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값비싼 의료장비를 모두 갖춘 병원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결국 주 정부가 찾은 대안이 대도시와 지방병원을 연결하는 텔레메디신이다.

원격응급진료(Tele-ER)가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는 논문도 나왔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공중보건대학은 7개 주 85개 시골병원을 대상으로 52개월 동안 9000건 이상의 원격 ER을 조사한 결과, 환자를 큰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는 것만으로 환자 1명 당 약 5600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의료 외적인 비용 즉 보호자의 교통비, 숙박료와 같은 개인경비를 포함한 것이라고 연구관계자는 밝혔다. (참고: Journal of Telemedicine and Telecare)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 발전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지 우리가 선택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 발전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지 우리가 선택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주1) 텔레메디신(Telemedicine): 먼 거리에 있는 의사와 의사, 의사와 환자가 통신장비(오디오 또는 비디오)를 이용해 양방향으로 의료정보를 교환하거나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원격진료로 해석되며, 개념은 조금씩 다르지만 e-Care, e-Visit 등과 혼용해 사용한다.

(주2) 메디케어(Medicare): 정부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제도. 65세 이상 노인(시민권자와 5년 이상 거주한 영주권자), 말기 신장병 또는 루게릭 환자, 사회보장 장애수당(SSDI)을 24개월 이상 받은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지정된 의사나 의료기관 중에서 제한된 조건에서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주3) 텔레헬스(Telehealth) 또는 텔레모니터링(Telemonitoring): 원거리 환자의 건강 평가, 진단, 중재, 상담, 감독 및 정보 제공 등을 말하는 것으로 Telemedicine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하는 데 필요한 전화, 팩시밀리, e메일 등의 통신기술을 포괄한다.

(주4)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MA): 메디케어가 인정한 민간보험회사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 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메디케어처럼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치과치료, 안경 비용 같은 혜택도 적용된다. 서비스 플랜 종류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MSA(Medical Savings Account), PFFS(Private Fee-for-Service), SNPs(Medicare Special Needs Plans) 등이 있으며, 유형에 다라 서비스 이용범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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