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윤기자
  • 입력 2017.09.26 11:16

국토부 ‘사회 통념상 이사비만 지원' 모호한 잣대로 혼란가중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박지윤기자]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이사비 7000만원을 제안해 사회적 논란이 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초과이익환수금 대납 제안이 나와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는 조짐이다. 특히 이에 대해 "위법성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한 건설사가 재건축 조합에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대납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법률에 위배되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서초구 한신4지구 단지 재건축 조합에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하게 되면 초과이익환수금액 579억원을 대신 납부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게 되면 공사비에서 579억원을 줄여주거나 이주비용으로 가구당 2000만원을 지원하는 조건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은 GS건설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송파구 미성·크로바 조합에게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지 못하면 초과이익부담금 569억원을 지원하거나 공사비에서 569억원을 감액해주거나 이사비 1000만원과 이주촉진비 3000만원을 무상지원해주겠다는 3가지 제안을 내놨다. 

국토부는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법률 자문을 구해 위법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초과이익환수금 대납 조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시공자 선정과 관련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배하는 것인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토부는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조합에게 제안한 이사비 7000만원 무상지원은 법률에 위반돼 시정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국토부가 ‘사회 통념상’의 이사비만 허용한다는 애매모호한 잣대를 내놓아 지방자치단체가 적정 이사비의 구체적인 액수를 확정하지 못해 혼란이 나타났다.

국토부는 지역 여건에 따라 상황이 달라 지자체가 사회 통념상의 적정한 이사비를 판단해 권고해야 한다며 지자체에게 이사비 액수에 대한 결정을 떠넘겼다.

이에 지자체는 국토부가 정확한 법령 기준을 규정해 지침을 내려야 건설업자 선정기준을 검토해 이사비를 책정할 수 있는데 ‘사회 통념상’이라는 모호한 기준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반포주공1단지 조합은 '적정 이사비' 결정을 기다리다가 끝내 이사비 항목을 아예 재건축 사업 제안서에서 삭제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역마다 이사비용이 천차만별이고 이미 이사비를 제안한 다른 건설사들은 어떻게 규제할 것 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없이는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없어 타격이 크다"며 "정부가 구체적이고 확실한 기준을 내려줘야 수주 경쟁 과열도 잠재우고 사업도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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