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07.18 16:23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최근 부천에서는 술자리에서 다리를 떤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옆 테이블에 앉은 여성에게 맥주병을 휘두른 20대 여성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또 인천에서는 이웃간 주차시비로 한 남성이 이웃을 빗자루로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7월 중순이 되면 사소한 일을 계기로 발생하는 폭력사건을 접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이처럼 사람들이 예민해지는 이유 중 하나로는 불쾌지수의 상승을 꼽을 수 있다.

불쾌지수란 날씨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불쾌감을 기온과 습도를 이용해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쾌지수가 70~75인 경우 10명 중 1명이 불쾌감을 느끼며, 75~80에서는 10명 중 5명, 80 이상인 경우 10명 중 9명 이상이 불쾌감을 느낀다. 

이런 기온과 습도의 변화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또 정서의 변화에 대처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불쾌지수 높은 여름···개인·그룹 간 갈등 증가, 범죄율도 상승

미국 UC버클리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내릴수록 개인 및 집단 간의 갈등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증가할수록 개인간 갈등은 4%, 집단간 갈등은 14%씩 증가했다.

갈등의 증가는 범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드렉셀대학 연구진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체감온도가 36도인 날은 13도인 날보다 폭력범죄가 약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범죄 발생률의 경우 체감온도가 36도인 날이 13도인 날보다 평균적으로 7% 높았다.

이런 경향은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발생한 범죄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해·폭행범죄는 주로 여름(6·7·8월)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해범죄 발생률의 10년간 평균을 살펴보면 봄 23.9%, 여름 30.9%, 가을 26.1%, 겨울 18.5%로 여름에 가장 높았다. 폭행범죄도 봄 23.6%, 여름 30%, 가을 26.8%, 겨울 17%로 불쾌지수가 높은 6·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 폭염에 증가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체온조절기능에도 이상 발생

여름철 불쾌지수 상승에 기여하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 증가와 체온조절기능 이상 등이 꼽힌다.

폴란드 포즈난 대학 의대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분비량이 일년 중 여름에 가장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여학생들의 타액(침)을 겨울에 두 번, 여름에 두 번 각각 채취해 코르티졸의 함량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여름에 채취한 타액에 더 많은 코르티졸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르티졸은 당분·염분·수분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면 분비량이 늘어난다.

우리 몸의 체온조절기능 이상도 불쾌감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천대 길병원 고기동 교수(가정의학과)는 “기온이 상승하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이 분비돼야 한다. 하지만 습도가 올라가면 땀이 나지 않고 땀이 나더라도 증발하지 않아 우리 몸은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체온조절기능의 이상과 더불어 높은 습도로 인해 마르지 않는 땀이 몸을 축축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상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여름철 스트레스 관리···체온유지·수분보충·꾸준한 운동이 도움

여름철 증가하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온 유지, 수분보충, 그리고 꾸준한 운동이 필수적이다.

고 교수는 “불쾌함이 증가하지 않도록 체온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무실 에어컨의 희망온도는 26도가 적당하며, 주기적으로 실내를 환기 시켜주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그는 “상시적으로 물을 마셔서 체내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녹차나 커피의 경우 물을 첨가해 연하게 마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면 더위와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여름에는 더위에 지쳐 활동량과 식욕이 감소하는데, 아침·저녁 등 시원한 시간대를 활용해 운동을 하면 피로감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며 "체력이 향상되면 스트레스를 견디는 정신력도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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