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키워드] FDA가 허가한 두가지 신약, 급성백혈병 구원투수될까
[건강키워드] FDA가 허가한 두가지 신약, 급성백혈병 구원투수될까
  • 양민후 기자
  • 승인 2018.11.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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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미국 식품의약국)
(사진제공=미국 식품의약국)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백혈병은 과거 불치병으로 인식됐지만 의과학의 발달로 극복한 대표적인 난치질환이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1990년대 동종조혈모세포이식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생존율이 30~40%에 그쳤다. 그러나 표적치료제 ‘글리벡(노바티스, 2001년)’이 나오면서 장기 생존율이 80~90%에 달할 정도로 경과가 향상됐다. 약만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한 일반인에 가까운 수명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 질환은 여전히 제약계가 넘어야 할 난치병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는 생존율이 30%에 불과하다. 특히 고령 환자에게는 뚜렷한 해법이 없어 손도 못써보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고령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 효과를 보인 두 가지 약물을 동시에 허가하면서 이런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고령에서 발병률 높다···80세 환자 5년 상대생존율 ‘0%’

백혈병은 조혈모세포가 정상 백혈구 등을 생산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감염·빈혈·출혈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진행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느린 경우)으로 나뉘며, 종류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분류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으로 주로 60세 이상에서 발생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수는 0~14세 0.9명에서 50~64세 3.62명으로 점차 늘어나다가 65~79세 9.99명, 80세 이상 11.65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의학의 발달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6~2000년 26.3%에서 2008~2012년 34.8%로 높아졌다. 5년 상대생존율이란 같은 연령대의 일반인과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비교한 것이다. 암 상대생존율이 100%라면 일반인의 생존율과 같다는 의미다.

하지만 생존율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2008~2012년 기준 49세 미만의 5년 상대생존율은 0~14세 62.4%, 15~34세 58.7%, 35~49세 48.3% 수준이었다. 반면 50~64세는 33.5%로 낮아졌고, 65~79세는 9.4%, 80세 이상은 0%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고령 환자 표준치료 받지 못하면 생존기간은 ‘10개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표준치료에는 2~3가지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항암화학요법이 시행된다. 예후가 좋은 환자의 경우 1차 관해(증상의 완화)후 고용량 시타라빈(Cytarabine, 항암제)을 포함한 공고요법을 받으면 완치율이 60~80%에 이른다. 공고요법이란 잔류 백혈병 세포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시행하는 항암요법이다.

서울성모병원 김희제 교수(혈액내과)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암 유전자 표적이 불확실하거나 가변적이어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는 달리 치료가 힘들다”며 “때문에 여전히 환자에게 부담이 큰 표준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 등이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고령 환자에게는 제한된다. 항암화학요법의 강한 독성이 당뇨병·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연구진이 시타라빈 기반 강력한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70세 이상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446명을 관찰한 결과, 치료 8주째 사망률이 30%를 넘어서고, 생존기간의 중간값이 6개월 미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항암화학요법을 받지 못하면 환자는 1년 이내 사망하게 된다는 점이다. 평균 생존기간은 10개월로 집계됐다.

◆FDA, 고령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위한 두 가지 치료제 허가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고령 환자의 치료에 두 가지 옵션이 한꺼번에 생겼다. 신약의 허가와 기존 약의 적응증(치료효과) 확대에 따른 것이다. 두 가지 약물 모두 75세 이상, 표준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 허가됐다는 점에서 FDA의 노력이 엿보인다.

FDA는 화이자의 신약 ‘도리스모(Daurismo, 성분명: glasdegib)’를 낮은 용량의 시타라빈과 함께 투여하도록 허가했다.

도리스모는 ‘헤지호그 경로(Hedgehog pathway)’를 차단하는 최초의 약물이다. 이 경로는 인간 배아 발달에 필수적이지만, 변이가 발생하면 암줄기세포의 발현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에서는 환자의 사망률을 54%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생존기간의 중간값은 8.3개월로 시타라빈만 투여 받은 환자(4.3개월)보다 길었다.

제넨테크·애브비의 '벤클렉스타(Venclexta, 성분명: venetoclax)'는 적응증이 확대됐다. FDA는 벤클렉스타와 아자시티딘(azacitidine) 혹은 데시타빈(decitabine) 병용요법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허가했다.

벤클렉스타는 B세포 림프종-2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로 2016년 미국에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에 최초로 허가됐다.

시험에서 벤클렉스타·아자시티딘을 병용투여 받은 그룹의 완전관해(CR) 비율은 37%였다. 완전관해란 골수 내 백혈병 세포가 5% 미만으로 감소하거나 말초혈액검사에서 혈액세포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한 상태를 말한다. 관해가 유지된 기간의 중간값은 5.5개월이었다.

벤클렉스타·데시타빈을 투여한 그룹의 완전관해 비율은 54%였으며 평균적으로 4.7개월간 효과가 유지됐다. 벤클렉스타와 낮은 용량의 시타라빈을 같이 투여 받은 그룹은 완전관해 비율이 21%로 나타났다. 관해가 유지된 기간의 중간값은 6개월이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병원 다니엘 폴리에 박사(혈액종양내과)는 “고령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는 보통 강도 높은 항암화학요법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정 받는다”며 “이런 환자는 치료옵션이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벤클렉스타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전문가는 정부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관심을 갖고 뛰어난 약물은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제 교수는 “급성백혈병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10대 주요 암이 아니기에 사회·제도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하지만 치명적인 결과에 비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적절하고 효과적인 표적치료제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표준치료법이 바뀌어야 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달라진 의료환경 및 제도 개선과 더불어 신속하게 효과적인 약제가 적용되도록 관련 부처의 행정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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