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8.01 12:30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뉴스웍스=박경보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오는 3일 3년 8개월 만에 북한 땅을 밟는다. 정부가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5주기 금강산 추모식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정 전 회장 타계 이듬해인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금강산특구 온정각 맞은편 추모비 앞에서 추모식을 열어 왔다. 다만 2016년에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처음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북측이 방북 요청을 거부하면서 행사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현 회장의 방북은 단순히 추모행사를 진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강산 관광 및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재개는 물론 경색된 남북경협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북측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에는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도 참석하는 행사여서 자연스럽게 경협 재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현 회장이 지난 2013년 정 전 회장 추모식에 참석했을 때,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현 국무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은 바 있다. 현 회장의 방북은 2014년 12월 개성공단 방문이 마지막이다. 당시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초청으로 이희호 여사(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와 함께 공단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은 기대이상의 성과를 나올 수도 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민간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 5월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하는 등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광사업 재개에 대비해 현지 인력 수급과 시설 정비, 차량 조달 등 구체적 계획을 수립 중이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전력과 통신, 철도,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수자원, 명승지관광사업 등 7개의 기간사업 관련 사업권과 관련한 사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걸림돌도 많다는 점이다. 경협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위해선 유엔 결의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먼저 해소돼야 하는 만큼, 경협 재개가 단기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 같은 전망도 일정부분 맞는 얘기다. 이번 방북으로 그동안 쌓인 깊은 골을 모두 해소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만남이 중요하다. 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하다 보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현 회장이 가져올 방북 보따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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