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헌기자
  • 입력 2018.08.21 14:54
<사진=SBS뉴스 캡쳐>

[뉴스웍스=이동헌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불신임안 결의를 하루 앞둔 21일 즉각 퇴진 의사를 밝혔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못 이루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퇴진의 뜻을 밝혔다.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16일 설정 스님에 대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의 건’을 가결했다. 22일 열리는 원로회의에서 이 불신임안이 인준되면 설정 스님에 대한 해임은 확정될 예정이었다.

대중들의 신뢰를 받던 선승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이 대의기구인 중앙종회로부터 불신임 결의를 받은 것은 명예로운 퇴진 결단을 요청했던 종정,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스님, 중앙신도회의 뜻이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불신임은 더 이상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는 종단 내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불신임 사태의 발단은 “종도들 뜻을 수렴해 중앙종회 이전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설정 스님은 “12월 31일 사퇴”로 시기를 재조정하면서 불거졌다.

설정 스님에 대한 불신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총무원장 후보시절부터 제기된 친자 의혹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조계종 35대 총무원장에 당선되면서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친자 의혹 해명을 약속했다. 하지만 의혹은 규명되지 않고 35대 집행부 출범 이후 총무원은 종무행정보다 사실상 총무원장스님의 의혹 규명에 매달리며 혼란은 가중됐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잦은 인사 등 행정 장악 난맥상도 설정 스님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설정 스님은 사퇴를 표명한 이후 이례적으로 수석부실장인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인사를 단행했지만 내정된 인사가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칙이 없다” “무리하다” 등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급하게 행정공백을 막으려고 돌려막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행정공백과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만 것이다.

지지층의 신뢰를 잃은 것도 설 땅이 잃은 요인이 됐다. 설정 스님 지지층은 “의혹에 대해 명확한 소명을 못해 혼란을 야기했다. 용퇴 약속도 번복하고 퇴진을 거부해 종단이 극심한 혼돈으로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기약 없는 의혹 해명과 종정교시 봉대, 행정 장악의 난맥상, 몇 차례의 입장 번복 등이 겹치면서 설정 스님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신뢰에 금이 간 상태에서 신뢰를 회복하기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관계를 떠나 현재 상황은 설정 스님이 만들었다. 의혹은 의혹을 낳고, 불신은 불신을 낳는다. 사실관계가 어떻게 됐든 의혹과 불신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설정 스님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불거진 문제 해결도 설정 스님이 직접 나서야만 가능하다. 설정 스님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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