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05 06:00

"살테면 사라식 태도"…국내 생산으로 상품성 높여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외국계 국산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내놓은 ‘무늬만 국산차’들이 지난 8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올 들어 각각 이쿼녹스와 클리오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시장입지는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다. 물량부족, 비싼 차량가격 및 수리비, 높은 보험료, 국내 소비자 입맛을 맞추지 못한 상품성 등이 이들의 아킬레스 건이다.

국산차 업계가 수입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무늬만 국산차’는 총 7종에 달한다. 한국지엠이 임팔라, 카마로, 볼트, 볼트EV, 이쿼녹스 등 5종, 르노삼성차가 클리오, 트위지 등 2종이다.

문제는 이들 차종들의 국내 판매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7종의 지난달 합산 판매량은 불과 1252대다. 한 차종당 평균 178대 꼴이며 631대가 팔린 볼트EV를 빼면 평균 100대를 조금 넘는 수치다.

특히 올해 출시한 신차인 한국지엠 이쿼녹스와 르노삼성 클리오의 판매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이쿼녹스는 출시 첫 달 191대에 이어 지난달엔 100대도 못 팔았고, 360대 팔린 클리오 역시 매달 3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클리오는 월간 판매목표 100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고 이쿼녹스는 아예 판매목표 조차 비공개다.

한국지엠이 수입판매하는 쉐보레 이쿼녹스. <사진=한국지엠>

통상 국산 신차들이 출시 이후 ‘신차효과’로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성적표다. 실제로 올해 출시된 현대차 싼타페는 매월 1만여대 안팎 판매되며 6개월 연속 국산차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기아차 K3 역시 출시 첫 달 6000대를 돌파하며 아반떼를 처음으로 추월했고 렉스턴스포츠는 4000대 내외의 높은 판매량을 유지 중이다.

국내 국산차업체들이 수입 판매하는 ‘무늬만 국산차’들이 외면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생산 국산차 대비 뒤떨어지는 경제성이다.

판매가격이 2987만원~3892만원으로 책정된 이쿼녹스는 전자식 사륜구동 넣은 풀옵션으로 구매하면 4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반면 2763만원부터 시작하는 싼타페는 오히려 이쿼녹스보다 차체크기가 크다. 르노삼성이 판매하는 클리오 역시 소형차임에도 1990만원와 232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회사의 중형차인 SM5 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특히 사실상 수입차이기 때문에 국산차보다 보험료 책정과 수리비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실제로 이쿼녹스의 보험등급은 무려 6등급으로, 경쟁차종인 르노삼성차의 QM6보다 14등급이나 차이가 난다. 보험료는 차종의 등급 숫자가 낮을수록 더 많이 내야한다.

르노삼성차가 수입판매하는 르노 클리오. <사진=르노삼성>

부품 역시 전량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A/S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이 수입판매하는 쉐보레 카마로SS는 컴플리트 케어 서비스에서 제외됐고 일부 부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리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부품가격이 높은 탓에 수리비 역시 국산차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해외공장에서 생산돼 해외시장에 판매되던 차종을 그대로 들여오다보니 상품성이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쿼녹스는 동급 국산차가 2.0리터 이상의 엔진을 쓰는 것과 달리 1.6리터의 준중형급 엔진을 탑재해 뭇매를 맞았고 클리오 역시 유럽시장에 특화된 패키징을 고수해 정작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사양들이 빠져 있는 편이다.

국내 내수 판매순위 하위권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수입판매 방식을 전략적으로 택했다.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생산라인 구축은 리스크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한국시장에서 차를 팔고 싶었다면 OEM 방식이 아닌 국내 생산 체제를 갖추고 국내 소비자에 특화된 상품구성을 꾸렸어야 했다. “살거면 사고 말라면 말아라” 식의 판매태도는 눈 높은 국내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기 어렵다. 빈약한 라인업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허울만 좋은 수입차를 끌어다 놓는 것은 한국시장 기만과 같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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