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9.17 13:46
구자용 E1 회장

[뉴스웍스=박경보기자] 30년간 단 한 차례도 노동쟁의가 없었던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임금협상과 관련해서도 1996년부터 23년 연속 모든 사항을 회사에 위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바로 액화석유가스(LPG) 전문기업 E1이다.

E1은 지난 15일부로 ‘무분규 30년’ 대기록을 세웠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1988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임금협상을 비롯한 경영현안과 관련한 파업 등 노동쟁의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E1의 이 같은 성과는 업종 불문하고 이곳저곳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요즘의 세태와 비교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0년 이라는 세월 동안 노사가 한 번도 얼굴 붉히지 않고 지내온 배경을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E1은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수직적인 의미를 가진 ‘노사(勞社)’라는 말 대신 노조와 경영진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노경(勞經)’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1988년 노조 설립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비롯한 수많은 경제 위기 속에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전 직원 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끈끈한 신뢰를 쌓아온 덕분에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E1의 설명이다.

구자용 E1 회장도 "노경이 서로 믿고 의지한 덕분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많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믿음만으로 가능했을까. 믿음에 더해 최고경영자이자 오너인 구자용 E1 회장의 겸손한 행동과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무분규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 회장은 분기마다 전 직원이 참석한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어 회사 현황을 공유하고, 참석자 모두가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캔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평소 직원들과 사내 이메일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누고, 승진한 직원들에게 축하 케익과 카드를 전달하는 등 직원들을 꼼꼼히 챙기는 세심함도 구 회장의 장점이다.

겸손함도 구 회장을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너’같지 않다고 말한다. 수수한 옷차림에 정감을 주는 차분한 목소리, 남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배려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0년 무분규라는 대기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고의 노력과 믿음,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E1이 증명해 보였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회사가 경영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노조와 지금까지의 모습에 대해 고맙고 자랑스러워하며 “앞으로도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랑스러운 문화를 이어 나가자”는 최고경영자의 말에 E1의 밝은 미래가 담겨있다. E1의 아름다운 상생(相生)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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