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2.06 05:00

냉동피자부터 에어프라이기까지...간편함에 매출 '껑충'
1인 가구 확대, '간편함'이라는 소비 트렌드 자극

(사진제공=우주인피자)
(사진제공=우주인피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2018년 12월 31일, 처갓집 식구들과 송년파티를 열었다. 한해 마지막 날을 수고롭게 보내고 싶지 않아 음식은 각자 준비하기로 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족발, 처남네는 치킨을 주문했고 나와 처는 냉동 화덕피자 브랜드 ‘우주인피자’를 며칠 전에 택배로 시켜 가지고 갔다. 

파티는 모든 음식을 한 상에 차려놓고 저녁 7시에 열 예정이었으나, 준비된 메뉴는 우리가 가져온 피자뿐이었다. 연말 주문 폭탄으로 음식 배달이 지연된 탓이다. 업체가 예정보다 2시간 늦은 9시에나 배달할 수 있을 것이라 연락해 와 피자를 먼저 먹기로 했다.

우주인피자의 조리법은 간편했다. 냉동상태의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30초가량 돌리니 먹기 좋은 상태가 됐다. 맛도 훌륭했다. 화덕에 초벌된 상태로 포장돼 왔는데, 포장법은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축식이 아니라 진공식을 취한 덕에 냉동실 특유의 잡내가 배지 않고 맛있었다.

이후 간편함과 맛에 매료돼 10판을 더 주문했다. 가족 생일과 아시안컵 경기날, 냉동실에 쌓아둔 우주인피자를 꺼내 먹었다. 예고 없는 손님의 방문에도 간편하게 요깃거리로 내어놓기 편했다.

다른 소비자들도 이 같은 편리함에 공감했다. 우주인피자 SNS 계정에는 “냉동실에 쟁여뒀다가 아이들 간식으로 데워주면 최고다”, “배달 피자는 1시간쯤 기다려야 하지만 우주인피자는 생각날 때 바로 꺼내먹을 수 있어 좋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우주인피자의 가장 저렴한 클래식 피자 라인이 1만1900원으로 ‘혜자(가성비가 특히 좋은 경우)’스럽고 가장 비싼 레드 쉬림프 피자도 1만5900원에 불과한 데다 기름기가 빠진 화덕 피자로 한 번에 먹어치우기도 좋다는 평이다. 1인 가구가 즐겨찾기에 좋은 간편함, 가성비, 맛 등 3박자를 모두 챙겼다는 평가 속에 우주인피자는 론칭 3개월 만에 1만판을 팔아치웠다.

간편함이라는 소비 트렌드를 적절히 설명할 예가 우주인피자라면, 1코노미(1인과 경제 합성어)는 간편함을 트렌드를 만든 요인이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Economy)를 합친 신조어로, 늘어나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소비시장이 경제의 한축을 차지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1코노미 시장에서 가장 핫한 성적표를 낸 상품은 미니가전 분야의 에어프라이어다.

(사진제공=필립스코리아)
(사진제공=필립스코리아)

에어프라이어는 초고온 열풍을 이용해 음식을 튀기는 조리기기다. 작동법은 식용유 없이 전자레인지처럼 온도와 시간 등을 맞춰놓으면 끝일 정도로 간단하다. 냉동보관으로 얼음이 달라붙은 만두나 너겟은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데우면 기름방울이 사방으로 튀지만,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그런 걱정도 없다. 

에어프라이어는 초간단 튀김기로 알려지며 사용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혼자 사는 직장인 A씨는 “튀김 요리는 다량의 식용류가 필요하고 항상 뒤처리가 곤란했는데,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하고 정말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설 명절에 본가에서 전을 싸오면 데워먹기 귀찮아 항상 버리게 됐지만 이제는 에어프라이어로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하는 여성 B씨는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진이 빠져 배달음식을 시켜먹기 일쑤였지만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한 후 직접 차려먹게 됐다”며 “음식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조리시간 중에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아도 돼 정말 편하다”고 극찬했다.

이 같은 편리함에 힘입어 유통업계의 에어프라이어 매출도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까지 자체 채널로 판매된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했다. 유통업체마다 판매량 추이는 달랐지만 대체로 1년간 300%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에어프라이어 시장규모를 약 600억원대로 추산했고 3년 뒤에는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808만5526세대로 전년보다 64만세대 가량 늘었다. 10년 전보다 무려 200만세대가 넘게 증가했다. 전체 세대 중 1인 가구 비중이 1980년대 5% 내외에서 지난해 약 37%로 늘어났다. 간편함은 일시적인 소비 트렌드라기보다 기업의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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