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2.29 19:00

여행·의류업, 중국인 관광객 없어 직격타…사재기·아시아인 폭행까지

(사진=박지훈 기자)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평소 문전성시를 이뤘던 이탈리아 로마 테르미니 지역의  유명 중국식당들이 매물로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현지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고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극도로 악화된 영향이다.  

28일(현지시간) 오후 5시 기준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88명으로 무려 전날보다 238명, 누적 사망자는 21명으로 같은 기간 4명 늘었다.

일주일 전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9명, 1명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 확산의 진원지가 된 북부지역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사건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우리 교민의 설명이다.

동북부 지역인 베네치아에서 가이드로 활동하는 이다씨는 뉴스웍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북부지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시선이 몹시 차가워졌다"며 "북부는 평소에도 중부(피렌체·로마), 남부(나폴리)에 비해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성향이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보다 심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밀라노의 분위기가 베네치아보다 차가웠고 슈퍼에서는 물건을 좀 많이 사려고 하면 예민하게 군다"며 "젊은 친구들 또는 중년 여성들이 다른 계층보다 아시아인에 대해 싫은 티를 많이 낸다. 평소 이들 중 5%가량이 그런다면 지금은 20% 정도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주별 확진자 분포를 보면 롬바르디아(주도 밀라노)는 474명, 베네토(베네치아)는 149명, 에밀리아-로마냐(볼로나) 143명 순으로 많다. 이 곳은 모두 북부지역이다. 이 지역 대도시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들에서는 식료품 중 야채의 수급이 매우 어려운 상태다. 밀라노, 볼로냐에서 3월과 4월 개최될 예정이던 국제 박람회도 5월과 6월로 연기됐다.

코로나19 사태는 북부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그 충격은 중부지역까지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피렌체, 로마가 경제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로마 교민 A씨는 "중국인이 밀집한 로마 떼르미니에는 잘 나가는 중식당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몇몇 곳이 가게를 팔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상황은 북부인 로마나 베네치아가 심하지만 중부지방도 못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가 속한 회사도 3월 투어고객들에게 예약비를 전부 돌려드리고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기로 했다"며 "교황님께서 수요일, 일요일마다 나오시는 바티칸 알현행사에 참여하는 인원도 평소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관광객 감소, 외부활동 축소로 이탈리아 경제 사정도 크게 나빠졌다. 이다씨는 "정부가 세금 납부를 6개월간 정지해주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고 관광업과 함께 의류업이 중국인 사업자와 아시아인의 수요가 줄면서 크게 타격을 입었다"며 "조만간 지원대책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탈리아 상황은 심각하지만 현지인은 현 사태를 한국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피렌체 가이드 B씨는 "이탈리아 사람 중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10명 중 3명이고, 아직까지 성당은 주일 예배를 다하고 있다"며 "마스크를 쓰면 병이 있는 사람 취급하는 현실 인식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 키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이중성과 딜레마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중국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중국 관광객이 줄고 중국과의 비즈니스가 없으면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나라"라며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본인들의 안일한 태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부족으로 빚어진 것일 수 있음에도 중국 탓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교민들은 불가피하게 이탈리아에 올 경우 가급적 호텔 이용을 추천했다. 로마 가이드 C씨는 "북부지역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고객 의지와 상관없이 예약을 취소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호텔들도 예약 취소시 위약금을 받지 않을 정도로 아시아 고객을 피하려고 먼저 취소하는 일은 없다"고 조언했다.

볼로냐 교민 D씨는 "이탈리아 사람뿐만 아니라 유럽 사람들은 아시아인이 마스크를 쓰면 특히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며 "개방된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지참하되 착용하지는 말고 식당이나 밀폐된 공간에서는 꼭 마스크를 쓰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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