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3.13 09:02
(자료화면=폭스뉴스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앞으로 한 달간 유럽발 여행객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자료화면=폭스뉴스 캡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지수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발 입국 차단에 10% 대폭락했다.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대 우량주의 주가평균인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352.60포인트(9.99%) 곤두박질한 2만1200.62로 장을 마쳤다. 500대 대형주가 속한 S&P500지수는 260.74포인트(9.51%) 주저앉은 2480.6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50.25포인트(9.43%) 미끄러진 8344.25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뉴욕지수 3대 지수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완벽히 약세장으로 들어섰다. 약세장은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상황을 말하는데 모두 이날 거래로 그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특히 S&P500지수는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에 또다시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개장 후 6분 만에 7% 하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하며 거래는 15분간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는 단기간에 과열화된 투매가 진행되면 이를 재고할 기회를 주기 위해 거래를 멈추게 하는 제도다.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는 13% 하락시, 세 번째의 경우 20% 떨어질 때 켜진다. 

투자자들은 이날 대폭락이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여파라고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영국을 제외하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여행자의 입국을 30일간 중단한다”며 “13일 자정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항공업계 주가의 대폭락을 야기하고 석유업종도 수요의 추가 위축 우려에 크게 떨어졌다. 델타항공(21.0%) 유나이티드 항공(24.85%) 등은 20% 이상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근로소득세를 올해 말까지 인하하거나 감면하고 경기 위축 업종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코로나19 대응책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상황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감염병 예방 및 치료에 응해 확산세를 막을 수 있도록 유급병가와 실업보험 등 보다 진보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내 확산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1289명으로 전날보다 273명 늘었으며 사망자의 경우 7명 늘어난 38명이다.

특히 WHO(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세계 확산을 공식 인정한 점도 악재였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를 선포했다. 팬데믹은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경보 6단계 중 최고 단계다.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다소 소폭되면서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하루 동안 0.656%~0.877% 사이를 오가다가 전일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0.852%에 거래를 끝냈고 단기물인 2년 만기 수익률은 최저 0.386%, 최고 0.529%를 찍고 전일 대비 0.01%포인트 내린 0.489%에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600지수는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조치와 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자 1000명 돌파 소식에 전일 대비 38.24포인트(11.48%) 메다꽂은 294.93에 장을 마쳤다. 이는 유럽연합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긴축재정을 논의하던 2013년 6월 수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1만5113명, 1016명으로 전날보다 각각 2651명, 189명 증가했다. 사망률(사망/확진)은 6.7%로 같은 기간 0.1%포인트 높아졌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확진자는 전날 보다 각각 869명, 595명씩 늘어난 3146명, 2876명으로 급속히 증가 중이다. 유럽 내 최대산업국인 독일의 경우 전날보다 837명 늘어난 2745명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동결도 악재로 작용했다. ECB는 이미 기준금리가 제로 상태인 만큼 추가 인하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하는 대신 일시적인 추가 자산 매입과 저금리 장기 대출 등 부양책을 추진키로 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결정에 따른 치킨게임 우려가 지속되면서 전일 대비 1.48달러(4.5%) 떨어진 3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