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4.01 10:45

유시민 "쫄리는 게 없어 긴장 안 돼"
진중권 "셋팅 된 것 같다…뭔가 프레임을 거는 느낌"

채널A 기자와 이철 전 VIK 대표 측의 대화 내용. (사진=MBC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과 종편채널 채널A 기자가 유착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유 이사장 측은 문제될 것 없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31일 MBC 뉴스데스크는 채널A의 한 사회부 기자 A 씨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B 검사장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신라젠 전 대주주이자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이철 전 대표 측에 "유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전 대표는 7000억 원대의 금융사기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A 씨는 이 전 대표의 대리인에게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줄 테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엮을 수 있도록 협조해라. 검찰에서도 좋아할 거다"라며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 전 VIK 대표. (사진=JTBC 캡처)
이철 전 VIK 대표. (사진=JTBC 캡처)

이 전 대표 측은 이 과정에서 A 씨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라는 B 검사장과의 친분을 주장하며 유 이사장 수사에 대한 협조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A 씨는 "B 검사장과 나눈 대화를 녹취해놨다"고 주장하며 그 일부를 자신에게 직접 읽어줬다. 

녹취록엔 B 검사장이 "(이 전 대표 측의) 얘기를 들어보고 내게 알려달라. 보도하면 수사에 도움이 된다", "수사팀에 이 전 대표의 입장을 전달해 주겠다" 등 일종의 '뒤 봐주기'를 해주겠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전해졌다.

채널A와 B 검사장 측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채널A는 지난 31일 "이철 전 대표 측이 검찰에 선처 약속을 받아달라는 부적절한 요청을 해온 사실을 파악한 뒤 기자에게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인 적은 없지만 취재원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 내부 규정 등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또 채널A 측은 해당 내용을 보도한 MBC에 대해서도 "사안의 본류인 신라젠 사건 정관계 연루 의혹과 무관한 취재에 집착한 의도와 배경이 의심스럽고 취재윤리에도 어긋난다"며 "사안에 따라 법률 검토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B 검사장도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MBC 보도 직후 "신라젠 사건 수사를 담당하지 않고 있어 수사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그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수사 상황을 전달하거나 질의한 것과 같은 대화를 언론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물론 언론과 검찰 관계자를 연결해 주거나 언론 취재내용을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검찰과 언론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31일 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을 잘 아는 법률가분이 '검찰이 구속된 한 CEO의 문제를 (유 이사장과) 엮으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며 "내가 쫄리는 게 있으면 긴장하겠는데 쫄리는 게 없다"고 얘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진중권 페이스북·JTBC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진중권 페이스북·JTBC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MBC 뉴스도 셋팅된 것 같다. 왠지 프레임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아무튼 조만간 뭔가 큰 게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박진감. 이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보람"이라며 현재 윤 총장과 유 이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의혹들을 제시했다. 

이어 "기자는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 그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그것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음해하거나 특정 정파의 해결사 노릇을 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이번 사건은 고차방정식 같다. 세상이 참 무서워졌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신라젠 사건'이란 국내 바이오 업계의 총아로 떠올라 한 때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넘었던 '신라젠'이 그들이 대표적 항암제라고 내놨던 '펙사벡'이라는 약품이 지난 2019년 임상시험 3상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게 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주가 폭락뿐 아니라 신라젠과 지난 2015년 12월까지 신라젠 대주주였던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관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재계 유착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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