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03 11:37

지인 "선배와 후배, 선수와 감독 간 명확한 갑을관계…폭행을 선의로 합리화하는 문화 남아 있고 대물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과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사진=YTN뉴스 캡처/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과 사망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사진=YTN뉴스 캡처/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구타와 가혹 행위 등을 버티다 못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가 경찰에게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의 지인 A씨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 선수가) 마지막으로 떠나기 직전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문자를 보냈다.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짧은 내용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도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며 유사한 내용의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A씨는 자신도 운동선수 출신이라고 밝힌뒤 "저도 옆에서 그 상황(가혹 행위)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 목소리도 펼 수가 없었다"며 "숙현이가 그런 상황을 알릴 수 없었던 이유는 가해자들의 보복을 매우 두려워했다. 계속해서 그런 걸(가혹 행위) 당해서 그 사람들(가해자)들의 존재 자체를 무서워했다"고 전했다. 

또 A씨는 최 선수가 생전 대한체육회와 경찰 등에 가혹 행위를 고발·신고한 것에 대해서는 "숙현이가 고통보다 억울함이 앞섰기 때문에 부모님과 결정을 통해서 굉장히 어렵게 용기를 냈었다"고 알렸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최 선수는 경찰 신고 이후에도 몹시 힘들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에 대해 "숙현이가 경찰에 문제제기했던 그 상황 속에서 되게 힘들어했던 이유를 기억한다. 너무나도 실망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A씨는 "(최 선수가) 경찰에 가서 진술하고 조사받는 과정에서 숙현이가 제기한 그런 문제들(가혹 행위 등)이 별일이 아닌 듯한 취급을 받았다"고 규탄했다.

최 선수는 경찰 조사 당시 본인이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최 선수에게 "별것도 아닌 일, 뭐 이런 일 갖고 여기까지 찾아왔느냐. 운동선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 아닌가"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최 선수가 소속팀의 가혹 행위 등을 고발한 기관인 스포츠인권센터도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비판했다.

A씨는 "저도 선수 생활할 땐 인권이 억압받게 되면 그 기관에 도움을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 정도 신뢰가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렇지만 스포츠인권센터에 절박한 마음으로 숙현이가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숙현이의 그 실망은 이루 말하지 못할 정도였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스포츠인권센터가 최 선수의 고발 접수만 받은 채 변변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A씨는 최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선배와 후배, 선수와 감독 간에 갑을관계가 명확하게 나눠지는 그 문화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폭행을 선의로 합리화하는 문화가 계속 남아 있고, 그게 계속 대물림돼서 선수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문화에 물이 든다"고 설명하며 스포츠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폭행과 가혹 행위를 뿌리 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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