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8.10 17:49

우리법연구회 출신…대법관 13명 중 과반이상이 진보 성향 판사

(사진=채널A 뉴스 캡처)
이흥구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사진=채널A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9월로 퇴임 예정인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흥구(사법연수원 22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명해 달라고 10일 문재인 대통령에 제청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이 부장판사와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등 3명을 새 대법관 제청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이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1호 사법시험 합격자'로 그가 대법관이 된다면 국보법 위반 사범이 법원 최고직을 맡는 전무후무한 사례가 된다. 

대법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법부 독립, 국민의 기본권 보장,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충실하고 공정한 재판과 균형감 있는 판결로 법원 내부는 물론 지역 법조 사회에서도 신망을 받는 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민추위' 사건으로 국보법 유죄…국보법 위반자 중 최초 합격자

이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원희룡 제주지사, 나경원 전 의원과 동문이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대 학생운동의 비공개 지도조직인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1985년 6월 의류제조업체 대우어패럴 노조를 중심으로 한 구로 동맹 파업에 지원 시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학내홍보와 선전을 맡아 파업농성을 지원하자는 전단을 배포했고 '독재 타도' 구호를 새겨 넣은 머리띠와 방어용 각목 등을 준비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 부장판사에게 국보법 유죄 판결을 받을 당시 주심이 권 대법관이다. 

안문태 현 법무법인 양헌 고문변호사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권 대법관으로 이뤄진 서울형사지방법원 14합의부는 1986년 이 부장판사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부장판사가 몇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2심에서 형은 확정됐다. 이후 이 부장판사는 사법시험에 도전해 국보법 위반자 중 최초 합격자가 됐다.

경찰청 과거사진상위원회는 2005년 민추위 사건에 대공경찰의 고문에 의한 사건 과장과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민주화운동의 기세를 꺾기 위해 국보법을 확대 적용한 기획수사였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와 함께 구속됐던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은 2014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산에서만 27년 근무…인선 마무리되면 대법관 13명 중 10명 문재인 정부 임명

이 부장판사는 약 27년 동안 부산 지역에만 근무했던 판사로 서울에서 주로 근무했던 판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의 부인 역시 판사로 김문희(25기) 부산지법 서부지원장이다. 

지난 3월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약 11억7800만원이다. 그와 부인의 예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부동산으로는 이 부장판사 소유의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가 있었지만 팔았다. 현재는 부인이 약 5억5000만 원대의 서울 마포구 아파트를 전세로 소유하고 있다. 장녀는 전세 7900만 원짜리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을 보유했다.

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받아들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이 부장판사는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이후 본회의 인준 표결을 거치면 새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권순일 대법관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면 대법관 13명 중 10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으로 채워지게 된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등 진보 성향 판사가 7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