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9.04 10:26

민주당 제출 공공의대설립법안 "전체 이사 절반 이상, 외부인사 임명하도록 명문화"…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공공의대 의사결정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전원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있다. (사진=민주당 공식 유튜브 '씀' 캡처)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왼쪽 네 번째)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전원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있다. (사진=민주당 공식 유튜브 '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을 놓고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공공의대 총장과 이사회 이사 전원을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민주당은 지난 2일 밤샘협상 끝에 대한의사협회와 공공의대 설립 등과 민감한 현안과 관련,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하며 의협과 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이날 합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이사회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할 수 있게 했고, 이들이 항상 전체 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법이 통과된다면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해 공공의대의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공공의대 설립 법안에 따르면, 법안은 공공의대 이사회에 10명 이상 15명 이하의 이사를 두도록 했다. 총장 및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교육부 장관이 추천한 각 1명, 공공의대 소재지의 시·도지사가 추천한 1명 등 5명이 당연직 이사가 되고, 이 밖에도 5~10명의 이사를 '외부 인사'로 임명하도록 했다. 또 '부칙 제2조'로 '설립 당시'의 총장은 복지부 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사 및 감사는 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구성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울대법·인천대법 등 다른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은 '이사회에 교수 등 학교 내부 인사가 아닌 사람이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공공의대만큼은 '총장과 정부·지자체 추천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가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초대 이사회 이사는 모두 복지부 장관이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의학 교육과 학교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를 이사로 임명할 수 있게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에 대해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다'고 인증해 주는 셈이다.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이 외부 이사를 '병원 경영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임명하도록 한 것'으로 구체적 이력 충족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과는 대비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7월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7월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공공의대법을 통과된다면, 사실상 공공의대 이사회는 친여 인사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설령 정권이 바뀌어 정부 추천 이사가 교체되더라도 앞서 복지부 장관이 지명한 '외부 인사 이사들'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은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새 이사는 기존 이사들이 뽑기 때문에 구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게된다. 

이사회는 총장 선출권을 갖고, 총장은 공공의대 교수 전원에 대한 임명 및 해임권을 갖는다. 특히 이사회를 통하지 않고 아예 '설립 당시'의 정부가 지명하도록 한 초대 총장은 공공의대에서 재직할 교수 대다수를 임명하게 된다.

이 법안은 또, 공공의대 출신으로 10년간 의무 복무를 마친 의사들에 대해 '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우선 채용할 수 있으며,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용호 무소속 의원도 공공의대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법안도 이사회 구성, 총장 선출 방식은 민주당 법안과 같다. 여기에 '총장이 학생을 선발할 때에는 의료의 공공성 구현에 사명감을 가진 학생들로 지역 간의 균형을 고려하여 선발한다'는 조항까지 뒀다. 학생 선발 시 성적은 물론이고 지역 형평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규정도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성적에 못지않게 '출신 고교'를 우대한다는 논란을 조장할 우려가 적지않다. 

이 조항은 20대 국회 때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낸 공공의대 법안에도 들어가 있다. 이 의원 법안은 관례에 따라 국회에서 민주당 법안과 함께 심의되거나 하나의 법안으로 병합될 가능성이 있다.

공공의대는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의 핵심 사업이다. 정부는 공공의대법안이 통과될 경우 설립되는 공공의대를 통해 10년 간 의사 4000명 이상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법안에서 우려할 만한 조항들이 확인됨에 따라 친여 인사가 문재인 정부 임기 중은 물론 그 뒤에도 계속해서 공공의대를 좌우하는 일종의 '알박기'를 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을 3건 냈다. 각각 김태년 원내대표, 박홍근 의원, 기동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 19일 이 법안들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하려 했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간사 간에 미리 합의되지 않은 안건이라며 상정에 반대했다. 결국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앞서 김 원내대표가 낸 법안과 거의 같은 내용의 법안을 냈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176석의 민주당 의석상 20대 국회때와는 달리 국회 통과가 유력시 된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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