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9.17 11:41
택배 분류 작업 현장. (사진=SBS뉴스 캡처)
택배 분류 작업 현장. (사진=S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일부 택배노동자들이 추석 연휴 전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다음 주부터 택배분류 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0여명의 택배노동자가 오는 21일부터 공짜노동·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대책위는 지난 14~16일 택배기사들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위한 총투표를 진행했고, 4358명이 투표에 참가해 4160명이 찬성하는 등 9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거부 방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대책위는 "연이은 과로사로 인해 택배노동자는 두렵기만 하다. 동료들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이러다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택배물량을 보면서 오늘도 무사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택배산업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도 택배종사자 보호조치를 발표하며 분류작업에 한시적 인력충원을 택배사에 권고했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택배노동자의 과중한 업무를 지적하고 임시 인력 투입을 지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택배노동자들은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 업무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는 이유다.

김태오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기자회견에서 분류작업 전면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YTN뉴스 캡처)

그러면서 "하지만 택배회사들은 묵묵부답이다"라며 "온 사회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우려하며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택배사들은 눈과 귀를 가린 채 버티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전국 4000여명의 택배노동자는 오는 21일부터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배송하기 위해서 분류 작업을 거부하고자 한다"며 "분류작업 전면거부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한 택배노동자들의 마지막 호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이번 분류작업 거부로 인해 발생할 불편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분류작업 거부로 인해 추석 택배배송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다"며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 이상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택배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택배사에 마지막으로 요구한다. 택배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라며 "물량축소요청제니 mp도입이니 하는 거짓꼼수 대책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택배노동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의 실질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과로사한 택배노동자는 6명에 달한다. 대책위는 택배사가 인력 증원을 비롯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면 언제든지 이번 분류작업 거부 방침을 철회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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