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9.18 11:23

진경호 부위원장 "명절 때 알바 쓰지만 분류작업 '무관'…법적으로 업무 분담 명확히 해야"

한 물류센터에 분류작업을 기다리는 택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한 물류센터에 분류작업을 기다리는 택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4000여명의 택배기사들이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 '전면 거부'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추석 고비를 넘기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도 해달라는 절박한 호소"라며 입장을 밝혔다.

진 위원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파업이 아닌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진 위원장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은 하루에 최소 6~7시간 가량 분류작업을 해야한다. 물류센터 현장이 공개될 때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상자들을 기사 개개인이 손으로 직접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택배들이 레일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그 자리에서 직접 보고 본인 할당 구역의 택배만을 빼내야 한다.

진 위원장은 "(이번 전면 거부 조치는) 분류작업만이라도 다른 인력들이 할 수 있도록 사측에서 인력을 보충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택배사 측이 "분류작업은 원래 택배기사들의 업무다.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에는 분류작업에 대한 비용도 포함돼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법조문에 분류작업이 택배기사들이 해야 되는 업무라고 규정·명시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28년 전 택배가 처음 도입될 때부터 기사들이 시키니까 한 것이다. 관행적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류작업의 물량이 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까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법률적으로 누구 업무인지를 정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은 법대로 하더라도 법을 정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니 지금 과로사 사망자나 병원에 실려가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단기 대책이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택배 분류 작업 현장. (사진=SBS뉴스 캡처)
택배 분류 작업 현장. (사진=SBS뉴스 캡처)

진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예년보다) 20~30% 물량이 늘어났고 추석에는 물량이 보통 20% 이상 늘어난다"며 "한시적으로라도 분류 인력을 투입해서 이 고비만을 넘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상시보다 40~50%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거다. 고비를 넘기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도 시행하자는 절절하고 절박한 호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 택배 대란 우려와 관련해 지난 17일 정부에서 지원인력 1만여명을 투입하겠다는 것에 대해 진 위원장은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그는 "'1만명 투입'은 과장된 내용이고, 실제로 분류작업을 하는데 투입되는 인원은 2000명 정도"라며 "저희가 요구하는 내용에는 현격히 부족하다. 그리고 택배사들이 필요에 의해서 해마다 한시적으로 투입됐던 인력들은 (이미)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명절 때는 물량이 폭증하니까 한시적으로 알바들을 투입하는데 저희들 분류작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진 위원장은 우편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를 규탄하기도 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택배만 예년 수준의 것들(수량)을 반복해서 재탕·삼탕 발표하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 택배 대란으로 인해 택배비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진 위원장은 "일반적인 택배비인 2500원인데,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등이 택배사와 계약을 할 때 평균 택배단가가 1730원이다"라며 "나머지 770원은 백마진이나 리베이트로 대형 화주(쇼핑몰 회사 등)들에게 넘어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만 국토부가 관리하고 시정시켜도 택배사들이나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은 추가비용 없이도 얼마든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 측의 '무임금 택배분류'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 측의 '무임금 택배분류'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한편 택배기사들의 이번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놓고 택배기사들과 택배사 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택배기사 측은 "무임금 분류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며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택배사 측은 "분류작업은 원래 택배기사들의 업무이며 자동화물분류기 등을 통해 분류작업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택배사 측은 "전국 택배 기사 5만명 중 분류작업 거부자는 4000여명에 그친다"며 "업무에 큰 차질을 빚는 수준은 아니라 '추석 택배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