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1.14 13:50

법원 "피해자,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 받은 건 틀림없는 사실"

(이미지=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시장 비서실 동료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비서실 직원에 실형이 선고된 가운데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의 실형 선고 이후 A씨는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간음해 상해를 입힌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직장 동료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2차 피해가 상당하고 피해자가 사회에 복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B씨는 '박원순 성추행 의혹'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해왔다. B씨가 호소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본인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언론보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피고인에 대한 배신감,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에 대한 억울함, 타인에게서 피해받을 것 같은 불안감 등에서 온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보인다"며 "비록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지만 이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다"라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과 관련해서는 "(B씨의 진술 내용을 보면) 박 시장 밑에서 근무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시장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냄새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 달라', '몸매가 멋있다' 등의 문자를 받았다"며 "2019년 2월에는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 과정을 얘기했다는 등의 여러 차례 진술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B씨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자체는 사실이라고 '전제'한 셈이다. 

B씨는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같은 달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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