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1.06.04 20:00
경기 과천에 있는 법무부 청사 전경. (사진=법무부 페이스북 캡처)
경기 과천에 있는 법무부 청사 전경. (사진=법무부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정부가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대신 과천과천지구와 그외 대체지 등을 통해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4일 "당초 발표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를 개발하지 않고 과천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 용도전환 등을 통해 3000여 가구를 공급하고 그 외 대체지 1300가구 등을 통해 당초 목표한 공급물량보다 많은 43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며 세부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다시 발표하겠다"며 "지역과 상생하면서 과천시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당초보다 많은 주택을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을 통해 정부과천청사 5동과 청사 앞 유휴부지에 4000가구 가량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공공임대로 공급될 예정이었다. 과천청사는 서울과 인접해있고, 주변 기반시설도 이미 갖춰져 있어 8·4 대책에서 나온 후보지 중에서도 높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계획 발표 이후 과천시민은 거세게 반발했다. 계획도시인 과천시는 현재 조성된 주택 규모에 맞게 기반시설이 정비된 상태라 해당 청사 부지는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의 골자다. 주민들의 반발은 급기야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주민소환 위기에 놓인 김 시장은 최근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을 만나 사태 수습 등을 논의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당정은 결국 김 위원장 주도아래 열린 이날 당정협의에서 과천청사 부지에 주택을 짓는 방안을 취소했다.

일단 당정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주민의 동의 없는 개발은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공급계획에 타격을 입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대체 부지를 찾아 기존 계획보다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대체 부지로 제시한 곳이 과천청사부지와 입지가 다를 뿐더러 계획 수정 등에 따라 공급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공공택지 취소 사례가 나오면서 개발에 반대하는 다른 지역에서 이 같은 사례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과천청사 부지뿐 아니라 8.4대책에서 함께 발표한 노원 태릉골프장(1만가구), 서초 서울지방조달청부지(1000가구), 마포 서부면허시험장부지(3500가구) 등에서도 지자체 및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태릉골프장의 경우 그린벨트 훼손과 인근 태릉(문정왕후), 강릉(인순왕후) 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여서 일대의 훼손 등을 우려한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이번 과천청사 공공택지 취소로 이들 지역의 반대 목소리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자칫 정부의 도심내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역 개발은 지역 주민과의 상생이 뒷받침되어야 만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당초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도 없이 공공택지 지정을 강행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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