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6.17 14:42
1988년도 서울대 교문앞 시위. (사진출처: 서울대학교 디지털 사진 자료관)
1988년 서울대학교 정문앞 시위. (사진=서울대학교 디지털 사진 자료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구국의 강철대오'라는 상당히 오래된 캐치프레이즈가 떠오른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약칭, 전대협)는 1987년 8월 결성된 전국적인 대학생 조직이었다. 설립 목적은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평화통일, 민중연대, 학원자주화, 학생통일단결 등이었고 주요 업무는 공정선거감시단 활동, 남북학생회담시도, 평양축전 참가 등이었다.

전대협이 결성된 1987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 당선자 전원이 NL계(민족해방파)였고, 이처럼 NL계가 주축이 돼 구성된 것이 전대협이었다. 

NL계는 1980년대 중반 성립된 운동권 정파 중의 하나로 PD계(민중민주파)와 상대적인 개념의 정파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민족모순'으로 보고 핵심적으로 자주·민주·통일을 지향했다. 자주계열, 자주파 등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전대협이 모토로 삼았던 것이 바로 '구국의 강철대오'였다. 

1989년 한양대 학생이던 윤민석이 작사·작곡해 전대협을 상징하는 노래로 불렸던 민중가요 중에 '전대협 진군가'라는 운동가요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일어섰다 우리 청년학생들 민족의 해방을 위해. 뭉치었다 우리 어깨를 걸고 전대협의 깃발아래. 강철같은 우리의 대오 총칼로 짓밟는 너.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때까지'로 돼 있다. 

이처럼 당시 전대협 운동권 학생들은 전대협이라는 조직을 그야말로 '구국의 강철대오'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했고 당시 정부가 탄압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쳐달라'며 '그럴수록 우리는 강해진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은 당시 "전대협이 그렇게 쉽게 깨어질 조직이었다면 애초에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이라고 외치기도 했었다. 

전대협은 1987년 8월 1일 서울지역 대학생 대표자 협의회(서대협) 의장인 이인영(현재 통일부장관)의 주도로 고려대에서 '제1회 전국 대학생 지역대표자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총 세 번의 회의를 거쳐 발족됐다. 

그런 만큼 전대협의 1기 의장은 이인영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이 맡았고 2기 의장도 역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오영식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맡았다. 3기 의장은 임종석 당시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장(청와대 전 비서실장)이, 4기 의장은 송갑석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현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5기 의장으로는 김종식 당시 한양대 총학생회장(현 '녹색친구들' 대표)이 했고, 6기 의장으로는 태재준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현 시카고 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이 역임했다. 

아울러, 전대협의 핵심 지도부들 사이의 관계는 함께 동고동락하며 투쟁을 하면서 상당히 친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진보정권 수립과 함께 대거 정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젊은피 수혈론'을 내걸고 새천년민주당으로 영입했다. 이후 '민주화의 주역'으로 주목받으며 정치를 본격화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도 중용됐다.

1987년 이후 30여년이 흐른 2021년 6월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대협을 소환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의 자녀는 7대 허위스펙에 대학표창장 위조로 진학하고, 학사경고 받았어도 장학금까지 수령했다. 이 사람, 지금 어떻게 됐나, 의사가 됐다"며 "이것이 가재, 붕어, 개구리, 가붕개와 용의 차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미 여러 대학에 민주화운동전형이 있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과 같은 운동권 셀프 특혜 법안을 수차례 발의했다. 법안에는 학비면제, 취업지원, 의료지원, 주택구입, 대출우대 등 오만가지 특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자기 자식은 자사고, 외고 보내면서 왜 남의 자식이 다니고 있는 자사고는 없애자고 하느냐. 왜 입으로는 반일·반미를 외치면서 정작 자기 자식은 일본으로, 미국으로 유학 보내느냐"고 힐난했다. 

끝으로 "80년대 '구국의 강철대오'가 이제는 '이권의 강철대오', '세습의 강철대오'가 됐다"고 성토했다. 

'구국의 강철대오'를 자임하며 '독재 타도, 민주 쟁취'를 외쳤던 열혈 청년들이 세월이 흐른 뒤 또 다른 기득권이 돼 야당에 의해 질타받는 세력으로 변질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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