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7.23 17:05

안이한 인식·대책 대유행 부채질…김윤 "확진자 집계 내지말고 중증 환자 치료 집중하자"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오는 8월 8일까지 2주 더 연장된다. 18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도 같은 기간 이어진다. 연일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는 등 확산세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12일 수도권에 4단계를 처음 적용하며 '짧고 굵게' 끝내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이러한 '방역 실패'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어설프게 방역 완화 신호를 줄 때마다 확진자는 급증했고, 망설이다 사태가 악화되면 '뒷북 대응'하는 모습만 보였다. 코로나19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인 백신 수급마저 불안정하다. 일상을 제한하는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회의론도 갈수록 거세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자화자찬' 할 때마다 쏟아지는 확진자

방역 전문가들은 이번 '4차 대유행'이 정부가 방역 상황을 오판하고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촉발됐다고 지적한다. 4차 대유행 직전인 6월부터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될 것이라 전망하며 대유행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경고했으나, 정부는 오히려 과도한 자신감을 보였다. 

7월부터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흘렸고, 백신 접종자의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도입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엔 사적모임 인원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 규제 등을 완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주요 선진국 정상들이 우리나라의 방역 성과를 한결같이 높게 평가했다"며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서 'K방역'은 국제적 표준이 됐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러한 메시지는 국민들의 방역 긴장감을 느슨하게 했고, 이는 확진자 폭증으로 되돌아왔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오판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뒤 일주일도 안 돼 1차 대유행이, "대한민국은 봉쇄 없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 국가"라고 자평한 지난해 8월엔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30일 문 대통령이 "방역·경제 모두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고 말하자 10일 뒤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겼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저주'라는 우스갯소리도 돌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지 못하고, 생색내기에 여념 없다는 방증이다. 

◆풍선효과 우려에도 '뒷북 방역'…30%대로 치솟은 비수도권 확진 비율

23일 0시 기준 국내 지역 발생 확진자 1574명 중 비수도권 거주자가 565명(35.9%)이다.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 가운데 비수도권 비중은 지난 18일(31.6%) 30%를 처음 넘어선 뒤 일별로 32.9%→32.9%→31.9%→35.6%→35.9%를 기록하며 엿새째 30%대를 웃돌고 있다. 4차 대유행 초기 비수도권 비중은 10%대에 불과했다. 

4차 대유행이 전국으로 퍼진 이유로 정부의 '뒷북 방역'이 손꼽힌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적용했지만 비수도권의 방역 조치는 그대로 뒀다. 대신 지자체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알아서 거리두기 및 방역 수칙을 조정하라고 했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은 지자체 판단에 따라 사적모임 제한 인원이 4인, 6인, 8인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확진자가 비수도권으로 넘어가며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현상이 이어지자 정부는 금세 말을 바꿨다. 지난 19일부터 비수도권에도 사적모임 5인 이상 금지 조치를 적용했다. 비수도권에 일괄적으로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 않은데다 교통 인프라도 우수해 이동하기 쉬운 나라이다. 수도권 주민들이 자기 차량이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면 내륙지역은 어느 곳이라도 몇시간 내에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도권에만 상대적으로 높은 방역수칙이 시행되면 비수도권으로 확진자가 퍼져나가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백신 1차 접종 비율 '제자리걸음'…2주간 고작 2%포인트 상승

결국 코로나19 사태의 해법은 백신 접종이다. 백신은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고, 혹시 걸리더라도 위중증·사망에 이르는 상황을 막아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백신 1차 접종이 80% 이상 진행된 60대 이상 고령층의 확진 비율, 위중증·사망자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국민은 전체 인구의 32.6%다. 지난 9일 30%를 돌파한 이후 2주간 2%포인트 조금 넘게 올랐을 뿐이다. 지난달 중순 무렵엔 일일 백신 접종 건수가 100만건을 넘기도 했지만,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지난달 말부터 접종 건수가 대폭 줄었다. 현재는 하루 10만건 안팎을 맴돌고 있다. 

최근 55~59세 대상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정부는 백신 수급 문제로 여러 차례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지난 12일 0시부터 55~59세 대상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됐으나 확보한 백신이 동나며 조기 중단됐다. 사전예약 대상자는 352만명이 넘는데, 확보한 백신은 185만명이 맞을 양밖에 안 됐다. 당초 일주일간 진행할 계획이던 사전예약은 한나절도 안 돼 끝났다. 

◆'확진자 수' 위주 방역 대책에 회의론도

확진자가 잠시 감소했다가 다시 치솟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부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이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는 고강도 방역 조치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금처럼 확진자 수에 따른 거리두기 조치 대신, 중환자·사망자에 방점을 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모으고 있다. 고위험군 상당수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고, 이로 인해 사망자가 줄어 치명률이 감소한 것이 이러한 주장의 배경이다.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명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0%까지 치솟았던 치명률은 지난 2월 1.27%, 4월 0.59%, 6월 0.24%로 줄었다. 중증화율(확진자가 위중증 환자로 발전하거나 사망한 비율) 역시 지난해 12월 4.72%에서 지난달 2.22%까지 낮아졌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근 코로나19 치명률은 과거 치명률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더 이상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중증 환자의 치료에 집중하면서 치명률을 낮추는 데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장재연 아주대학교 의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가 1년 6개월이나 진행된 지금 확진자 숫자에 집착하고 감염 경로 추적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며 효과도 없는, 일종의 '자해 방역'"이라며 "국민을 전방위로 쥐어짜는 방역이 아니라 백신 추가 도입이 이뤄질 때까지 위중환자 등 가장 핵심적인 약한 고리에 집중하면서 국민 생활 안정과 보호라는 방역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지속가능 방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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