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09.02 15:25
박테리오파지가 바이러스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인트론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박테리오파지는 크기가 0.1μm(마이크로미터·1μm=백만분의 1m)에 불과한 아주 작은 생물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의미하는 '박테리아'와  '먹는다'를 의미하는 '파지(phage)'가 합쳐진 말이다. 

박테리오 파지는 달착륙선처럼 생겼다. 박테리아 표면에 다리를 고정시키고 DNA를 주입한다. 박테리아 속에서 200배로 불어난 파지는 박테리아를 터뜨리고 다른 박테리아를 감염시킨다. 

박테리오파지의 존재는 1915년 영국의 세균학자인 프레데릭 트월트에 의해 알려졌다. 

트월트는 두창바이러스 백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에서 만들어진 두창바이러스 백신이 항상 포도상구균에 의해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연구과정에서 포도상구균을 죽이는 '전염성 병원체'를 발견, 학계에 보고했다. 

1917년에 프랑스 세균학자인 펠릭스 데렐은 이질세균을 죽이는 작은 미생물을 발견하고 박테리오파지라고 명명했다. 

그는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면 이질세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닭 티푸스를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해 치료한 것을 시작으로 이질에 걸린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파지 치료'를 개척한 선구자가 되었다. 

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등장하면서 박테리오파지가 물질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러시아는 파지를 감염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1928년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항생제 페니실린이 부상병 감염치료제로 위력을 떨쳤다.

서구에서는 페니실린이 동구는 파지를 감염치료제로 사용했다. 이후 새로운 항생제가 속속 개발됐다. 항생제가 승승장구하면서 파지는 뒷방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항생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내성균이 나타난 것이다. 대형병원 엘리베이터 버튼에 있는 균중 57.5%가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버그다.

최근 다시 파지 치료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가 정맥주사형 파지 임상실험을 허용했다. 화학첨가물 대신 박테리오파지를 태양전지 박막으로 사용해 광전변환효율을 높이는 성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전일 성균관대 교수·오진우 부산대 교수와 김형도 일본 교토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화학첨가물 대신 배양을 통해 얻은 'M13 박테리오파지'를 사용,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20.9%)보다 높은 22.3%의 광전효율을 얻어냈다고 2일 밝혔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박테리오파지 표면에 페로브스카이트와 결합을 가장 잘하는 아미노산인 '라이신'을 증폭시켜 결합력을 높인 것이다. 

박테리오파지가 의료나 공학 분야에서 인류에 기여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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