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9.16 11:39
화천대유자산관리. (사진=JTBC뉴스 캡처)
화천대유자산관리. (사진=JTBC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를 둘러싼 성남 대장지구 개발사업 의혹인 '화천대유 사건'이 국회로까지 소환됐다. 그만큼 이 사건의 파장이 범국가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화천대유 사건을 고리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성남 대장지구 개발사업에서 민간 개발업체와 투자자가 최근 3년 동안 배당금으로 4000억원을 받은 점을 거론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총리실과 중앙정부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감사를 하고 빨리 공수처에서 이걸 압수수색을 해야 된다"며 "왜 가만히 두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총리는 "벌써 몇 차례 그런 어떤 뭐 감사라든가 심지어 관계당국의 수사조차도 있었다는 게 주장이다. 현재 정부가 나설 수가 없는 상황 아니냐"고 에둘러 대답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나서서 '자본금 대비 배당금이 너무 높지 않느냐'는 취지로 "11만5000%다. 조금 이상하긴 하지 않느냐"고 하자 김 총리도 "저희들이 봐도 상식적으로는 뭐, 조금 그렇다"고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화천대유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재명 지사는 이날 열린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서 (국민의힘 측에서) 저한테 사퇴해라, 수사해라 말씀하시는데 수사하는 것에 100% 동의한다"며 "제가 알기로는 이미 수사를 몇번했다. 요구하면 저는 100% 찬성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화천대유 사건'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정치계 전반이 떠들썩하다 못해 이른바 '화천대유 블랙홀'에 빠진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것일까.

이 사건을 간단히 요약해보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27일에 설립된 '성남의뜰'이라는 회사(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시중 은행들과 같이 출자해서 만든 회사)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자산의 관리를 '㈜화천대유자산관리'라는 회사에 맡겼다. 그런데 '화천대유'는 2015년 회사 설립 당시 '이 분야의 실적이나 경력이 전무했던 언론사 간부 A 씨가 5000만원을 출자해 만든 신생 시행업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에서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화천대유(火天大有)란 하늘에서 대지를 비추는 밝은 태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후 화천대유는 2015년 같은 해에 '천화동인'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천화동인은 1호부터 7호까지 무려 7개의 자회사를 그해 2월부터 6월 사이에 설립한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이란 잘못된 세상을 타파하기위해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대동세상을 이룬다는 것을 뜻한다고 알려져 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 및 '성남의 뜰'은 모두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로에 위치한 '같은 건물'이 주소로 돼 있다.  연락처도 모두 동일하다.

주소지와 연락처를 공유한다는 사실부터가 범상치 않은 상태에서 이 회사의 주요 멤버 6인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의 동문들로 밝혀졌다. 주요 멤버 7인중에 6명은 성균관대 동문이고 1명은 출신 대학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 중에서 특히 화천대유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A씨와 천화동인 1호 이사인 B씨는 형제 간이고 두명 모두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출신이다. 이에 더해 '성남의뜰' 대표이사인 C씨와 화천대유 대표이사로 부동산 전문 변호사이기도 한 D씨도 성균관대 법학과 출신이다. 이밖에도 천화동인 1호 대표이사인 E씨와 화천대유의 피투자회사인 아이원코퍼레이션의 F씨도 성균관대 동문이다. 주요 멤버들이 학연으로 엮여져 있는 상태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현재 전경. (사진=JTBC뉴스 캡처)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현재 전경. (사진=JTBC뉴스 캡처)

이런 상태에서, 성남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화천대유와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7호의 7개사가 '성남의 뜰 개발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당시 이 회사들은 이런 개발사업에 대해 실적이 전무한 회사들이었다. 

토지 매입비만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계획이 공모 마감일인 2015년 3월 26일에서 불과 나흘 뒤인 3월 30일에 사업자 선정이 완료돼 발표됐다는 점 때문에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런 규모의 대형개발사업에 '설립된 지 5개월 된 신생업체'가 참여해 '입찰업체로 선정된 점' 등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더불어 화천대유가 5000만원의 출자금을 들여 3년 간 577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 1000배 넘는 수익을 거뒀다는 소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재명 지사는 '택지개발이익을 공공으로 환수해 성남시민에 이익을 배분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민간업체가 어마어마한 차익을 거뒀다는 점을 보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반대해왔던 이 지사의 평소 주장과 배치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화천대유는 지난 3년 간 총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를 비롯해 투자자를 모집한 2~7호(SK증권을 통해 투자신탁 형식으로 판매된 펀드)는 같은 기간 3463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화천대유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관계자들이 3년 간 4040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린 셈이다.

아울러 화천대유는 개발사업을 통해 지난해에 17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었다. 향후에 부지 매각 등으로 더 큰 수익이 예상되는 것은 덤이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및 성남의뜰의 '천문학적 수익'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기 전에 일부 주요 인사들의 자녀들은 이곳에 취업했음이 확인됐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채용됐다가 얼마 전에 퇴직했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7년 정도 이곳에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곽 의원은 화천대유 소유주인 A씨와 자신이 아는 사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상적인 채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이미 채용 자체가 암암리에 알음알음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채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과 함께, '그들끼리 상당한 이익을 공유하는 공생관계가 형성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상당하다. 

한편 참여연대 출신의 김경율 회계사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화천대유 사건'을 정조준 해 "위험은 공공이, 수익은 사유화된 것"이라며 "화천대유는 성남의뜰 지분 3%만의 위험을 지고, 수익은 특정 개인 7명한테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나마 없는 위험에서도 그런데 왜 공공이 위험을 다 책임지고 막아내면서 수익은 특정 개인에게 가느냐 하는 것이 저희의 문제의식"이라며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시는 이 회사 주요 주주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빠른 시일 내에 제출되고 그 7명이 누구인지 밝혀나가는 것이 이 사태의 핵심을 밝혀내는 데 첫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천대유의 실질적 주인이 누구인가를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하루 만에 1만7000여명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교대장지구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열악한 교통기반과 송전탑으로 둘러싸인 주거 환경, 학급 과밀화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수천억의 돈이 투자나나 민간기업으로 흘러간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수익금을 주민에게 반환할 것도 요구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청원요건에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 삼아 청원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국민적 의혹이 얼마나 큰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자괴감과 허탈감에 빠진 대장지구 입주민을 위해서라도, 공공개발 과정에서 소수의 민간투자자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이 돌아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라도 화전대유 사건에 대한 총체적인 수사가 서둘러 이뤄져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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