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10.14 12:00

"전체 한방병원 중 14.9%가 보험사기 적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는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과 공모해 허위 진료기록부와 간호일지 및 입퇴원 확인서 등을 발급했다. 환자들은 3년여간 총 702회에 걸쳐 총 4억원에 이르는 부당한 보험금을 편취했다. 입원 치료를 위한 처치 지시서(오더지)에는 매일 같은 내용만 반복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의사의 지시를 받은 간호조무사가 야간에 의사가 회진했다고 허위 기재한 것이었다.

해당 한방병원은 입원진료를 할 정도 규모의 병원이었지만,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 2명과 서무 1명, 조리사 1명의 인력만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에는 모든 인력이 퇴근하고 A씨만 병실을 개조해 만든 숙소에서 상주했다. 이 한방병원에는 7개의 병실이 있을 뿐 급식시설이나 세탁물 처리시설 등은 전혀 없었으며, 병실에는 의료용 침대가 아닌 일반가구용 침대가 비치된 곳도 있었다. 

한의사 A씨는 재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환자 80여명은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이 부당 수령한 대부분의 보험금은 재판 과정에서 반환됐다. 재판부는 보험사기가 성실한 일반 가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해 도덕적 해이를 일으켜 엄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선고했다.

14일 생보 업계에 따르면 한방병원이 보험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에 한방병원의 인·허가 제도 개선과 운영 실태에 대한 지도·점검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방병원은 개설자금이 적게 들어 병상만 설치하면 의원급보다 규모가 큰 병원급으로 개설이 용이, 사무장병원으로 주로 악용되고 있다. 양방병원 개설 시 필요한 MRI, CT, 엑스레이 등 고가의 의료장비가 없어도 개설 가능하다. 

또 한의사의 급여가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사무장병원은 한의사 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병원은 법인이 아닌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개인 등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사무 간소화 등을 이유로 한방병원의 인·허가를 자치구에 위임하고 있는데 비교적 간단한 행정절차가 악용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방병원은 행정처리가 비교적 간단하다"며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바로 병원문을 닫고 진료기록을 폐기했다가, 다른 이름으로 재개업하는 형태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전체 한방병원 중 보험사기로 적발된 한방병원의 비율은 14.9%에 달했다. 요양병원(19.4%)에 이어 두 번째다. 

2009~2012년(12년간) 적발된 병·의원을 유형별 기관수로 나눈 비율. (자료제공=생명보험협회·건강보험공단)

보험사기에 동원된 일부 한방병원은 환자 유치를 위해 기형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환자 대부분이 단순 염좌 등 경미한 질병으로 입원해 치료보다는 입원을 통해 보험금을 받은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며 "상식 밖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은 전염의 우려, 진단병명에 따른 식단관리 등을 위해 개별 배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부 한방병원은 아예 뷔페식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사례도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특정지역에 한방병원이 밀집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한방병원은 올해 기준 총 86개소로, 경기도(98개소) 다음으로 전국에서 제일 많았다. 그러나 광주와 인구수가 비슷한 대전은 12개소뿐이며, 인구가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 서울도 66개소에 불과하다.

생보 업계는 지역 인구에 비해 한방병원이 많은 경우, 병원의 수익 창출을 위해 허위 입원 등의 보험사기가 유도될 수 있고, 실손보험을 이용한 공진단 첩약처방 등 비급여 과잉진료 행위도 만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허위·과잉진료 행위는 보험사기로 연결돼 건강보험 및 민영보험의 재정 건전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보 업계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에 따라 병원급 이상의 개설 허가는 시·도에서 담당하고 지도·점검은 자치구에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심평원 등은 한방병원 현장방문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비정상적인 운영 행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대국민 경각심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보험사기 예방 홍보 및 신고·제보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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