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1.11.19 12:07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 (이미지=베이징올림픽 공식사이트 캡처)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 (이미지=베이징올림픽 공식사이트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내년 2월 열리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검토 여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지만 정부나 정치권 인사들로 꾸려진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림픽이 열리면 일반적으로 외국 정상과 각국 고위급 대표단이 주최국을 방문해 양자 회담 등을 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이번엔 미국이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는 것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권과 참모들은 그간 중국의 홍콩 및 신장 등지에서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정치적 보이콧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참모들과 정치권의 건의를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교적 보이콧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정치적 보이콧을 확정한다면 그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가뜩이나 좋지 않은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까지 보이콧을 압박하진 않고, 스스로 결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이 보이콧을 하는데 우리가 대표단을 보낼 경우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의견을 달리한다는 모습으로 내비칠 가능성이 높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걱정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보이콧을 결정하면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미국 정부가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다간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금 상황은 종전선언을 무리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종전선언 추진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고 주한미군 철수론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맞물려 우리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갖출 때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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