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1.12.09 17:0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8일 수원 장안구 대평고등학교에 마련된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3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교문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최윤희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8일 수원 장안구 대평고등학교에 마련된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3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교문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최윤희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사상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난이도 조절은 물론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코로나19에 따른 수험생들의 학력격차 등을 바탕으로 예년 수준에서 출제했다고 밝혔으나 응시생들이 체감한 실제 결과는 상반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지난해보다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149점)이 지금까지 치러진 수능 중 두 번째로 높았고, 수학영역 표준점수 최고점(147점)도 작년보다 10점이나 올랐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지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최고점이 낮아진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도 6.25%(2만7830명)로, 지난해(12.66%)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다. 특히 2020학년도 7.43%였던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해 절대평가 도입 이후 최대를 기록한 뒤 올해 다시 대폭 줄어 해마다 난이도가 고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절대평가인 한국사 영역은 1등급 비율이 37.57%(16만8379명)로, 지난해(34.32%)보다 높아졌다. 또 탐구영역 1등급 컷은 사회탐구의 경우 63~66점, 과학탐구 63~68점, 직업탐구 66~70점 분포로 나타났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는 프랑스어I, 일본어I, 중국어I의 1등급 비율이 각각 1.33%, 1.49%, 2.27%에 그친 반면 독일어I 11.41%, 스페인어I 5.24%, 베트남어I은 5.09%에 달해 과목별 편차가 컸다. 이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조절에 실패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시정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른 유·불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유·불리는 일관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선택하면 계속 유리하거나 또는 불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국어·수학·영어시험이 어렵다 보니 올해 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학생도 단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만점자라는 뜻은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에서 만점을 받고,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영어와 국사에서는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을 가리킨다.

물론 매년 난이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선택과목별로 유·불리 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때에 따라 난이도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도 이해한다. 다만 소위 '물수능', '불수능'이라는 논란을 오가며 수험생들이 난이도를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앞으로 시정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 장기화로 학업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으면 된다. 시험문제를 출제한 평가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수험생들은 낙담하지 말고, 주어진 성적으로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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