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2.01.08 06:00

밀키트 1000여개 급증…플라스틱 저감 활동 확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올해 유통업계의 주된 관심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집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트렌드가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강을 챙기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이 인기를 끌고 있고, 배달 관련 업체들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컬리처럼 창업 10년이 안됐지만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최근 메가트렌드에도 주목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에 속속 합류하거나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연말을 맞아 홈파티용 수산물 밀키트 ‘동원앳홈’을 출시했다. 사진=동원산업
동원산업이 지난해 연말을 맞아 홈파티용 수산물 밀키트 '동원앳홈'을 출시했다. (사진제공=동원산업)

◆'집콕' 고착화에 간편식·배달시장 '성장 폭발'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매끼 재료 손질부터 시작하는 요리 대신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섭취식품이나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HMR) 인기가 치솟고 있다. 

치솟는 인기에 밀키트 브랜드 수는 2019년 9월 10여 개에서 2020년 10월 1000여 개로 급증했다. 신세계는 피코크 밀키트를 지난해 80개로 늘렸다. 

대형 식품제조사는 물론 플랫폼 등 유통사와 외식 업체까지 새로운 HMR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된장찌개, 불고기 같은 한식 가정식 메뉴에서 로제파스타, 팟타이, 탄탄멘 등 다양한 국가의 메뉴를 밀키트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시장 역시 급성장했다.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17년 20억원이었지만 연 400%씩 성장, 2020년 1880억원, 이후 해마다 31%씩 성장해 2025년에는 725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밀키트 시장을 개척한 프레시지는 전략적 M&A 통해 식품업계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지난 2019년 매출이 712억 원에서 지난해 1271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에는 2000억 원 대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끝나도 HMR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아침 등 바쁜 일정에도 끼니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라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간편식 시장이 보다 확장되고 관련 제품의 출시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편식의 인기에는 신선하게 HMR 제품을 배송해주는 유통 업체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쿠팡은 현재 100여곳의 물류센터 외에 추가로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를 건립, 전국을 '로켓배송' 권역으로 만들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마트 물류처리 공간인 피킹&패킹(PP)센터 확장으로 배송 경쟁력 확충에 돌입할 계획이다. GS홈쇼핑과 합병한 GS리테일 역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15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마켓컬리는 식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제공하기 위해 오전 7시 전에 제품을 배송하는 '샛별 배송'을 선보였다. 창업 6년만에 연 매출 규모를 2조원 수준으로 불린 마켓컬리는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유니콘 기업에 합류한 마켓컬리는 상장후 시장가치가 4~5조원을 넘어 7~8조 수준까지 예상되고 있다. 

'집콕' 분위기 속에 배달앱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20년 매출이 1조995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5654억원)에 비해 94.5%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가 배민을 통해 올린 매출(앱 거래액)은 15조원을 넘어섰다. 

뷰티업체인 이니스프리가 레스 플라스틱을 위해 출시한 고체 샴푸. (사진제공=이니스프리)

◆메가 트렌드 추종

최근 ESG가 업계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기업이 달성한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뜻한다.

유통업체 역시 올해 경영 키워드로 'ESG'를 제시했다. 이는 유통업계 수장들의 신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임직원 한 명, 한 명이 ESG 활동을 스스로 내재화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ESG경영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사가 협력해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 이해관계자와 적극 협력하며 ESG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기업의 ESG는 이제 보편적이고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고 허영인 SPC회장은 "탄소 감축과 리사이클 확대 등 친환경 활동과 소외계층 지원 강화에도 적극 나서 '프랜차이즈 ESG 경영'의 표준을 선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대표적인 ESG 활동으로는 '플라스틱 저감'을 들 수 있다. 

무라벨 제품은 생산 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분리배출을 쉽게 만든다. 투명 페트병은 고품질 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코카콜라는 지난 10월 전 세계 코카콜라 최초로 한국에서 고유의 컨투어병 디자인을 적용한 무라벨 페트 제품을 출시했다. 제주개발공사는 무라벨을 넘어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 페트’ 적용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최근 '무라벨 석수' 500㎖ 낱병 판매 제품을 출시했다. 낱병 용기 표면과 묶음 포장재에 제품명과 수원지 등 필수 표시사항들을 인쇄하는 방식의 제품이다. 

롯데제과는 '카스타드'와 '엄마손 파이' 속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동원F&B는 국내 조미김 포장 최초로 투명 트레이를 없앤 '양반김 에코패키지'를 내놨다.

커피전문점 역시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제로화하는게 목표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다회용컵 운영으로 플라스틱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시도하고 있다. 다회용컵의 경우 음료 구매 시 보증금 1000원을 내면 선택할 수 있고 다회용컵 반납기를 통해 반납한다. 스타벅스는 지난 12월 제주도 지역 전 스타벅스 매장을 일회용컵이 없는 매장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서울 지역 전체 매장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뷰티 업계에서도 리필 스테이션 등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메타버스 열풍에 합류하는 유통업체도 늘고 있다. 메타버스가 모바일과 온라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미래지향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한데 따른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컨템포러리 뷰티 브랜드 헤라는 네이버의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손잡고 브랜드 공식 팝업 공간의 문을 열었다. CU도 지난해 8월 '제페토'에 점포를 냈다. GS25역시 지난해 12월 15일 제페토에 성을 테마로 한 전용 맵 'GS25 맛있성 삼김이 왕자'를 오픈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사무실로 떠올랐다. 동원그룹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직무상담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롯데푸드도 대학생 마케터 채용에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고객들을 위한 마케팅 플랫폼을 넘어 임직원과의 소통창구 및 기업 문화 혁신에 사용하게 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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