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2.02 00:01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밥 먹었니", "밥 먹어야지".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다. 인사말이 될 정도로 익숙한 이 말을 앞으로도 계속해야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통계결과가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이 한 공기 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 민족의 첫째가는 주식을 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1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전년보다 0.8㎏(1.4%) 감소했다. 이는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양이자, 30년 전인 1991년 소비량(116.3㎏)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도 1인당 155.8g으로 전년보다 2.2g 줄었다. 밥 한 공기를 짓는데 쌀이 100g 정도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하루 한 공기 반 정도를 먹는 셈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1996년부터 매년 사상 최저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1998년 99.2㎏으로 100㎏대가 무너진 데 이어 2019년(59.2㎏)에는 50㎏대에 진입했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도 1970년 373.7g에서 1997년 280.6g, 2010년 199.6g으로 줄어든데 이어 2020년부터는 160g 아래로 뚝 떨어졌다.

쌀 소비량 감소는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빵을 비롯한 기타식품 소비가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이후 단체 급식과 대형 행사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1년 전보다 10.7% 증가했다고 한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공급은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제논리로 보면 쌀값이 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법.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소비자들은 쌀이 남아도는데도 쌀값은 떨어지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반면 농민들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쌀이라고 해서 경제논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나 쌀이 소비량보다 3% 초과 생산되면 시장격리를 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 모두 타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 생각해볼 대목은 쌀값을 경제논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자칫 득보다 실이 클수 있다는 점이다. 식량안보 확보와 적정 농지 보유, 환경 보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적지 않다. 비록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은 하루 한끼라도 쌀밥을 못 먹으면 견디기 힘든 민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일상화된 세계적인 이상기후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쌀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 봉쇄령을 내린 사례를 되돌아보면 무작정 쌀 생산 감소를 밀어붙이는 것이 위험하다는 점도 확인된다.

쌀은 과잉생산보다는 부족에서 오는 사태가 훨씬 감당하기 힘들다. 부족해지면 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자칫 폭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식량안보를 위해 적정량의 쌀 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 쌀값 또한 적정수준에서 안정시켜야하는 이유다. 쌀은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것이 낫다.

그렇다고 해서 연속적인 과잉공급으로 정부 재고미가 너무 쌓이는 사태는 곤란하다. 창고에서 장기간 보관하면서 품질이 떨어진 쌀은 팔리지 않을 것이고 결국 다른 용도로 싸게 판다면 그만큼 혈세가 날아가게 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균형감각과 혜안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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