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2.01 07:25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청구아파트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청구아파트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에 사는 A씨는 설 차례를 지낸 이후 30대 아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오랜만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도중 부동산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아들이 침울한 모습을 보여 흥겨워야 할 자리가 머쓱하게 끝났다.

아들의 모습이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뭘까. A씨의 아들은 그동안 모은 종자돈과 대출을 끌어들이는 등 이른바 '영끌'을 통해 지난해 노원구에 아파트를 장만했는데 최근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향후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것이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A씨 아들과 같이 설 이후 부동산 시장 변화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들의 걱정은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는 각종 지표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선 거래절벽 상황이 현저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해 9∼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절벽에 따라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하락하며 20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가격 하락세를 이끈 것은 전용면적 40㎡ 초과~60㎡ 이하 소형 아파트였다. 이는 영끌을 통해 장만한 집들이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당분간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4.4로 8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매매수급지수는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수요·공급 비중을 0~200 사이의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다는 것은 현재 시장에서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요지부동일 것 같았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89.3을 기록해 11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2019년 7월 22일(8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11월 15일(99.6) 100 아래로 추락해 매주 하락세를 이어갔고, 이번에 90선마저 깨졌다. 그만큼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공급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에서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더 많았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2.2로 9주 연속 팔 사람이 많았다. 지방에선 전북(103.5), 광주(101.3), 강원(101.1), 충남(100.0) 등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 위에 있거나 전주보다 소폭 오른 지역도 일부 있었지만, 전체 수치는 지난주 96.6에서 이번 주 96.5로 떨어졌다. 특히 경남은 99.9로 약 8개월 만에 기준선 아래로 하락했고, 대구(84.1)는 전국에서 지수가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매수자 우위'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른 돈줄 옥죄기와 금리 인상, 단기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의 정책 불확실성 등이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이 고점 인식에 따른 단기적 조정인가, 아니면 추세적 하락세의 시작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변곡점에 다다른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혼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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