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2.18 12:24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이젠 소주 한 잔도 편안히 마실 수 없게 됐다. 눈 씻고 찾아봐도 월급 빼곤 안 오른 게 없다. 어찌 살라는 말인가. 결국 올 것이 왔다. 다음엔 어떤 것이 오를까?"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약 3년 만에 '서민의 술'인 소주 출고가 인상을 결정하자 주변에서 나온 반응이다.

정말 그렇다. 주변을 돌아봐도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런 도미노 가격인상은 업종·제품을 막론하고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8일 하이트진로는 오는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제품 출고가격을 7.9% 인상한다고 밝혔다. 360㎖ 병과 일부 페트류가 인상 대상이다. 다만 일품진로는 이번 인상에서 제외됐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값을 올리는 것은 지난 2019년 4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업계 1위의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조만간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대형마트 기준 한 병 당 1200~1800원 선인 소주 판매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과 주점에서는 한 병 당 4000~5000원을 넘어 6000원짜리 소주까지 등장할 가능성도 커졌다.

하이트진로가 가격인상에 나선 것은 소주의 핵심 주원료 주정가격이 10년 만에 올랐고, 제품마다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병뚜껑 가격과 공병(빈용기) 취급수수료 등이 줄줄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물류비와 인건비 등 제조비용 상승도 소주 가격 인상을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주업체에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최근 주정 가격을 평균 7.8% 인상했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 등 병뚜껑 업체들도 소주 병뚜껑의 가격을 평균 16% 올렸다. 환경부가 받는 공병보증금 취급수수료도 현행 400㎖ 미만 술의 경우 30원에서 32원으로(도매 19→20원, 소매 11→12원), 400㎖ 이상 제품은 34원에서 36원(도매 22→23원, 소매 12→13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원부자재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나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도 출고가 인상을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한 5574억원, 영업이익은 30.3% 줄어든 449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무학은 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번 소주값 인상이 소주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 술로 꼽히는 국산 맥주 가격 인상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수입맥주와 양주 가격이 일부 오른 데다 맥주 또한 원부자재가격 인상을 버텨낼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물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데도 불구하고 주류업계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물가잡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고 있는데도 무책임한 돈 풀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물가는 결코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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