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3.11 10:45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두산중공업이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꾸고 제2의 도약을 모색한다. 사명 변경은 지난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바꾼 이후 21년만이다.

새로운 사명인 두산에너빌리티(Doosan Enerbility)에서 에너빌리티(Enerbility)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한 것으로, 그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Enable'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새 사명은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적인 핵심 가치를 표현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드는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삶은 더 윤택해지고 동시에 지구는 더욱 청정해 지도록 하여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사명은 회사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면서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부합하고 회사의 미래 지향점을 제시하는 사명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사명 변경을 계기로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아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인 재무 구조 약정 종결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미래형 사업 구조로의 새 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사실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결정이 직격탄이 됐다. 1400MW급 한국 신형 원전 2기를 짓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등이 2017년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이후 공사가 미뤄지며 주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이 큰 피해를 봤고, 이로 인해 원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그룹차원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사옥인 두산타워(8000억원)와 두산중공업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등 총 3조1000억원어치의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2020년 12월과 2022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조3000억원, 1조15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실시해 자본을 확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도 두산퓨얼셀 보유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하는 등 그룹의 구조조정에 힘을 보탰다.

이런 노력으로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8일 약 2년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1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채권단 졸업과 함께 사업여건도 두산중공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친원전 탄소중립 정책'으로 원전 사업이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소형모듈원전(SMR)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 중인 두산중공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서다.

두산중공업은 석탄화력발전 중심의 기존 사업포트폴리오에 SMR을 포함한 가스터빈, 수소, 해상풍력 등 4대 성장사업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3D 프린팅, 디지털, 폐자원 에너지화 등 신사업도 적극 발굴해 사업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긴 구조조정 터널에서 빠져나온 두산중공업이 '에너빌리티'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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