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4.20 14:30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2020년 11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노조법 개정안 독소조항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2020년 11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노조법 개정안 독소조항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지난해 4월 비준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건이 20일부터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다만 비준을 위해 개정된 법이 지난해 7월 이미 시행됐지만 법과 협약간의 간극이 여전해 혼란이 예상된다.

논란이 되는 ILO협약은 29호(강제근로 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 협약),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 협약) 등으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이 조항들이 발효되면 정치 목적의 파업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파업이 허용된다. 노조의 단체행동권 제한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노동법 개정이나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는 파업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법과 ILO 핵심협약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이가 여전할 전망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 19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협약 비준 전 법령이 정비됐지만 국제노동기준과의 차이점이 완전히 극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노동조합법 및 관련된 판례와 ILO 입장이 부딪치는 것 가운데 하나로 노동조합법이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된 노조'를 금지하는 점을 거론하며 법원은 재판 당사자가 국제기준에 근거해 주장을 펼치면 국내법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고 국제기준을 법률 적용·해석의 기준으로 직접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별 노조 대의원·임원을 '종사자인 조합원'으로 한정한 부분이 ILO 입장과 합치되지 않고, 노동조합법이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점도 '일반적인 근로자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경제정책에 견해를 표명하는 정치파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ILO 입장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계는 협약 맞춰 추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영계는 국내법 적용 원칙 확립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맞는 얘기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경우든 그동안 불법 파업으로 규정된 파업까지 합법화될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협약 발효로 노사분규가 더 빈번해지면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되고, 기업경쟁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기업들의 걱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강화된 노조의 파업권을 견제할 수 있는 사업주의 조업권과 대항권은 거의 없는 상태다. 경영계가 요구해온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은 묵살됐고,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범위도 현행법 수준인 '생산·주요 시설 점거 금지'에 그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ILO협약 비준국 가운데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한다. ILO협약을 비준해 노동자 기본권을 국제적 수준으로 올렸으면, 사업주의 대항권도 이에 걸맞게 보장하는 게 옳다.

언제까지 노동계의 눈치를 볼 것인가. 이제라도 낡은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 기업에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방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급선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은 정부가 앞장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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