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5.06 19:07
(이미지제공=항저우아시아게임조직위원회)
(이미지제공=항저우아시아게임조직위원회)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하계 아시안게임이 전격적으로 연기됐다.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첫 대회를 시작해 195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회 대회부터 4년 주기로 짝수 해에 열리던 하계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집행위원회 사무총장이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9회 아시안게임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개최 날짜는 다음에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연기 배경에 관련해선 설명하지 않았지만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점과 오미크론 등의 강한 전파력, 중국 정부의 '제로(0)' 코로나 정책 등이 외부적인 사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대관식인 20차 당대회를 한 달여도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성공적인 집권연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아시안게임 연기라는 카드를 꺼낸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의 원천 봉쇄라는 강수를 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회를 강행했다가 코로나가 더욱 확산할 경우 민심이 크게 동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한 달 넘게 지속하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돌았다. 특히 항저우는 장기간 도시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에서 약 180㎞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대회 연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일단 연기하는 것으로 확정했지만 개최시기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OCA가 이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형식의 집행위를 열어 아시안게임을 연기하고, 새 대회기간은 OCA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구성하는 아시안게임 태스크포스(TF)에서 결정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년 늦춰 2023년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0년 열기로 했던 도쿄 하계올림픽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때문에 1년 연기하기로 결정한 사례를 감안하면 1년 연기 방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앞서 중국 청두에서 6월에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연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청두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상 개최를 가늠할 국제 이벤트이기 때문에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도 OCA의 대회 연기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서다.

대회를 주관하는 쪽에서는 상당한 고충이 뒤따르고, 대회 일정에 맞춰 준비해 온 각국 선수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일 수 있겠지만 일단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연기한 것은 잘한 결정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에, 그것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국에서 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대회 진행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이 참가국 선수단의 안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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