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05.28 00:15
1페니 동전의 측면 위에 서 있는 초소형 원격제어보행 로봇. (사진=노스웨스턴대 캡처)
1페니 동전의 측면 위에 서 있는 초소형 원격제어보행 로봇. (사진=노스웨스턴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격제어보행 로봇이 탄생했다. 이 로봇은 벼룩보다 작아 바늘구멍까지 통과할 수 있다.  

존 로저스 노스웨스턴대 교수 연구팀이 '게(crab)' 모양의 초소형 원격제어보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영국BBC가 28일 보도했다.

연구팀의 몇몇 학생들이 게가 옆으로 걷는 모습을 보며 흥미를 느꼈는데, 이것이 게 모양의 초소형 로봇 개발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로봇 개발 결과를 로봇 전문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했다.

이 로봇의 크기는 0.5㎜로 벼룩(2∼4㎜)보다 작다.

미국 화폐 중 가장 작은 1페니 동전 측면 위와 볼펜 심 위에 설 수 있고, 바늘구멍까지 통과할 수 있다. 

로봇은 가단성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졌다. 원거리에서도 레이저 주파수를 조절하며 로봇을 통제할 수 있다. 

형상기억합금으로 이뤄진 금속 물질은 변형되지만, 열을 가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초소형 로봇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레이저에서 나온 열을 로봇의 관절에 가했다. 그러자 구부러져 있던 로봇의 팔과 다리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연속적으로 열을 가하자 사람이 걷는 것처럼 다리를 구부리고 펴면서 움직였다. 

로봇은 걷는 데 그치지 않았다. 몸을 비틀고 돌렸으며, 심지어 점프까지 했다.

연구팀은 '팝업북(책을 펼치면 그림이 튀어나오는 책)'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로봇 개발 과정에서 이에 기초한 조립 기술도 활용했다. 이 기술은 8년 전에 개발됐다. 평면으로 특정 모형을 만들고, 이를 고무기판에 붙인 후 잡아당기는 힘이 낮아졌을 때 3차원 형태의 모형이 튀어 오르도록 하는 원리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술과 형상기억합금을 소재로 쓰면 게 외에도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로저스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로봇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학술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서도 "로봇을 만드는 데 활용한 기술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더 작은 로봇 게를 만들어 조종할 수 있다면 최소침습수술(수술 때 절개 부위를 줄여 인체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수술 방법)이나 작은 크기의 기계를 수리하고 조립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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