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5.31 11:58
김포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 (사진=뉴스웍스DB)
김포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때 아닌 '공항 포퓰리즘'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김포공항을 없애고 인천공항에 통합하자는 더불어민주당 공약이 지방선거 막판에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며 선거판을 흔들고 있어서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가 내놓은 이 공약에 대해 국민의힘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주당 내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이라는 비판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공약은 이 후보가 20대 대선 당시 공항 부지에 20만 가구의 주택을 짓겠다며 내놓았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가 백년대계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에 있는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한 즉흥적인 '말 바꾸기'의 전형이라는 쓴 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론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실제 일각에서는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초대형 사업이 지방선거에서 느닷없이 공약으로 제시된 것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또 이것이 과연 지역 현안을 다루는 지방선거의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포공항의 이전 문제가 일개 후보의 공약으로 쉽게 될 수 있는 사안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김포공항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중국과 일본 등 근거리 국제 항공편과 제주도 등 각 지방의 연결을 책임져 온 국가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다. 비상사태 발생 시에는 인천공항의 대체 역할도 해야 한다. 국민 편익이나 국가의 안보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표가 필요하다면 뭐든지 공약으로 내 놓겠다는 허무맹랑한 발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리 표가 급해도 이제는 이런 후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모습이라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공약(公約)이 아니라 헛된 약속인 공약(空約)만 난무하는 세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고, 거대 야당의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의 입에서 지역 갈라치기 이자 무책임한 주장이 나왔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 이러니 "정치 초년생이나 어린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울까"라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항과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범국가 차원에서 수년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인데도 국회의원·지자체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미 우리는 이로 인한 폐해를 목도하고 있다.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선거철 마다 단골메뉴로 내놓은 공항 이전·건설 공약으로 만들어진 지방 공항 대부분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사실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난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얻는 편익이 쓰는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을 밀어붙였다. 그런데도 김포공항을 이전한다고. 이젠 멈춰야 한다. 만약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국민의견수렴과 경제·타당성 등을 면밀히 따진 뒤 차근차근 실행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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