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6.08 17:3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책상 위치·주요 동선·전등 배치 고려한뒤 창문 최적 크기 따져"
"경기도 양평 전원주택 3채, 가구만 바꾸면 달리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구조 '가변성' 높여"

'아인건축'의 남윤석 대표가 7일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근에 건축한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 3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아인건축'의 남윤석 대표가 7일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근에 건축한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 3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아인건축'의 남윤석(52세) 대표는 건축사로서 좀 특별한 건축철학을 갖고있다. 그는 경원대학교(현재 가천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1996년에 건축설계 사무소에 입사한뒤 2006년 자신의 설계사무실을 열면서 건축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 사이의 신뢰'를 사업의 최고 덕목으로 여기면서 사업을 해왔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서울 강남에서 '실제 평수보다 넓어 보이는 설계'를 통해 명성을 쌓아 온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건축 철학을 경기도 양평에서 3채의 전원주택에다가 구현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지난 7일 그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을 찾아 설명을 듣고 건축적 지향점에 대해서 들어봤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자신의 '건축철학'을 소개해달라. 

"나의 건축철학을 설명하려면 우선 회사의 이름을 '아인건축'이라고 짓게된 것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건축 설계와 시공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건축의 핵심요소임을 깨닫게 됐다. 그런 즈음에 우연히 TV 드라마를 보게됐는데 그 드라마속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아인이더라. 그리고 그 이름은 '아름다운 인연'의 약자이더라. 이렇게 회사 이름을 '아인'으로 정해놓고 나서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사전적 의미에 '오너'라는 뜻도 들어있더라. 

남윤석 대표가 최근에 건축한 경기도 양평 서종면 소재 '전원주택 3채'. (사진=원성훈 기자)
남윤석 대표가 최근에 건축한 경기도 양평 서종면 소재 '전원주택 3채'. (사진=원성훈 기자)

건축사업을 해 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였다. 건축주와 설계자이자 건축사인 나와의 신뢰가 쌓여있어야 일이 진행됐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일례로,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일을 진행을 하니까 설계 단계에서 아무리 설계를 완벽하게 했다 하더라도 시공을 모르면 현장에서 아쉬운 점도 생길 것이고, 계획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늘 아쉬운 점은 생긴다. 실제로 내가 내집을 성남시 판교에 지었는데 1층을 짓고 2층을 올릴 때 아차하면서 계단 위치를 바꾼 적이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현장에서 내가 바로 뭔가를 깨달아서 더 좋은 구상을 적용하려 할 때 건축주가 나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이해해주고 받아들여 줄 때 보다 완성도 높은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사람의 삶이나 생활을 담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저곳까지 배를 타고 건너야 되는데 몇 명을 태울 것인지, 얼마나 빨리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건축주들이 대부분 다 모르고 온다. 그것을 찾아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한다."

남윤석 아인건축 대표가 최근에 건축해놓은 경기도 양평 서종면에 위치한 전원주택 3채의 남쪽 방면 전경. (사진=원성훈 기자)
남윤석 아인건축 대표가 최근에 건축해놓은 경기도 양평 서종면에 위치한 전원주택 3채의 남쪽 방면 전경. (사진=원성훈 기자)

-건축을 하면서 '과정을 중시한다'는 의미는.

"당장의 성과물이나 이익을 보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주와 함께 전(全) 과정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한번 쭉 훑어 본다. 건축주가 돈이 얼마가 있건 없건을 떠나서 리뷰(음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그 과정을 함께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그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설계를 진행하다 보면 본인이 그 부분에서 뭐를 하고 싶은 데 뭐가 없는지도 알 수 있게 되고, 건축주도 어떤 욕구가 있는데 그것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게 된다. 그런 과정을 내가 조금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중에 그 결과물을 갖고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그것을 항상 볼 수 있게 그 과정은 반드시 거치도록 내가 신경썼다. 그런 후에 실제 건축을 통해 합당한 결과물을 내면 그때부터 건축주와 나는 평생 친구가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10년 전에 지은 건물을 누가 보자고 하더라도 내가 건축주에게 전화하면 건축주가 자신있게 그 내부까지 보여드릴 수 있도록 그런 관계까지 형성돼있다. 나에게는 그것이 제일 의미있는 성과였다."

전원주택의 2층에서 3층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목조 계단 밑에 놓여져있는 세탁기와 건조기. 공간이 아주 넉넉하고 여유롭다. (사진=원성훈 기자)
전원주택의 2층에서 3층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목조 계단 밑에 놓인 세탁기와 건조기. 공간이 넉넉하고 여유롭다. (사진=원성훈 기자)

-본인 건축물의 장점이나 특성은.

"이건 실제 사례이다. 내가 강남에 건축물을 하나 지어놨는데 주변 부동산업소에서 나를 찾아왔다. 내가 지어놓은 상가건물은 공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상가건물 사업성을 검토할 때 월세를 1800만원 받을 수 있으면 되는 건물인데 실제로는 2500만원의 월세를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이다. 결국, 주변 부동산 업소가 나를 찾아온 목적은 이런 건물을 더 지어 달라는 요구였던 것이다. 

같은 면적인데 내가 계획하고 지어놓은 건축물은 훨씬 더 커 보인다. 이게 장점이다. 이를테면, 어떤 건축가가 설계한 방을 보면 방이 문짝하고 창문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창이 크다고 좋고 넓게 보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상의 위치나 장의 위치나 사람들의 주된 동선이나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거기에 전등의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이고 여기에 창문이 어떤 크기로 들어가는 게 최적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본다. 이에 더해 날개벽이라고 불리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짧게 구성한다. 결국 가구 위치나 이런 부분을 다 고려해서 설계한다.  

핵심은 일반 도면에는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함께 하다가 골조 공사를 할 때부터 제가 생각하는 부분이 반영이 되게끔 함께 참여해서 스프레이 들고 현장 인력들과 대화를 해가면서 공사과정에서부터 바로 수정하기도 하고 부지런히 쫓아다닌다. 일일이 정성을 쏟는 노력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래서 건축에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윤석 아인건축 대표가 지은 집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전기 전원 박스'다. 집안 곳곳으로 들어가는 전기를 세분화해 분류되게 해놓음으로써 절전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사진=원성훈 기자)
남윤석 아인건축 대표가 지은 집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전기 전원 박스'다. 집안 곳곳으로 들어가는 전기를 세분화해 분류되게 해놓음으로써 절전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사진=원성훈 기자)

-양평에다가 전원 주택 3채를 일관된 디자인으로 지은 이유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집을 지어 분양을 하다 보니까 '가변성'을 생각하게 됐다. 집의 외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집주인의 취향대로 내부 구조를 손쉽게 변경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집을 꾸며놓고 살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려면 이쪽의 벽도 쉽게 허물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 전기 전원 코드를 만들려면 벽도 좀 이렇게 해야 하겠고 그런 생각을 설계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입주자가 가구라든지 디스플레이만 바꾸면 자신이 원하는 목적으로 쉽게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게 내부 구조를 애초부터 생각해서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것을 좀 극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여기 양평의 전원주택 같은 이런 공간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양평의 전원주택 3채는 층 마다 '가변성'을 생각해서 수납공간을 배치하고 화장실도 배치했으며, 콘센트도 층 마다 별도로 뽑아놨다. 아울러 외부 공간의 테라스와 이어지는 방도 그 크기를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수도시설과 전기 전원 박스도 가변성을 고려해 배치했다."

이밖에도 전원주택의 북면과 남면에는 잔디밭을 조성해 놨는데, 이것은 입주장의 특성에 따라 꽃밭으로 바꿔서 조성할 수도 있고 나무 데크를 깔고 식탁으로 조성해 바베큐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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