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6.22 12:16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의심환자가 2명이나 발생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입국한 외국인 1명과 21일 독일에서 귀국한 내국인 1명을 원숭이두창 의심환자로 분류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1명(외국인)은 입국 후 하루가 지나 병원을 방문해 그 사이 대인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쥐와 같은 설치류가 주 감염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으며 주로 감염환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흡기 전파도 있지만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전파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발열·두통·근육통·오한 또는 피로감이 나타나고, 발진은 증상 발현 약 1~3일 뒤 얼굴을 시작으로 신체 다른 부위로 퍼진다고 한다. 또 항문·직장 통증, 직장 출혈, 장염 또는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 있고, 발열·두통·근육통 대신 입·생식기·항문 주변 발진부터 나타나 항문·직장 통증 등이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보고됐다.

이 질병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 회복되지만, 치명률이 3~6%에 달해 1% 이하인 코로나19 오미크론보다 훨씬 높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 신생아와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걱정은 바이러스 확산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나온 이후 지난 15일까지 전 세계 42개국에서 2103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문제는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가 아닌 유럽을 중심으로 한 비풍토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5일까지 보고된 2103건의 확진 사례 가운데 아프리카지역은 64건으로 3%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은 우리도 발병지역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달 31일 원숭이두창에 대한 위기경보수준을 '관심' 단계로 발령하고, 지난 8일부터는 '2급 감염병'으로 분류했다. 7월엔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허가받은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국내로 들여온다는 계획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도 22일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 관리를 강화하고 국내 추가 발생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 또 "필요 시 현재 확보하고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의료현장에 신속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추가로 3세대 백신과 원숭이두창용 항바이러스제 도입을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당부했다.

아직까진 주의는 하되 두려워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원숭이두창의 전 세계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검역체계를 재정비하고, 원숭이두창의 전파 수준과 경로 파악 등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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