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6.27 11:48
(사진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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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회사 혼자만 배 불려선 안 된다. 그 수익에 공정하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름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유회사들이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초과이윤세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횡재세란 말 그대로 바람에 떨어진 과실처럼 '뜻밖의 행운(windfall)'에 물리는 세금이다. 영국이 1997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하면서 등장했다. 통신, 가스, 공항, 철도, 수도, 전기 등의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차익 23%를 거둬 실업난 해소와 복지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그 것.

이런 세금이 이번에는 석유·가스 업체에 불똥이 튀었다. 고유가로 석유·가스 업체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자 영국 정부가 지난달부터 25%의 세금을 물리기 시작했고, 미국도 석유회사에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요구는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고유가에 편승해 올해 1분기 중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낸데 이어 2분기에도 이에 버금가는 실적이 예상되자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유사들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외부적 요인이 큰 만큼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사회주의적인 발상인데다 오히려 석유공급과 투자 위축 등으로 기름값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만 양산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다.

맞는 말이다. 실제 횡재세를 부과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은 막대하다. 먼저 황재세를 물리면 정유사는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공급을 줄이거나 설비가동률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공급부족으로 기름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설비투자가 축소되면 향후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초과이익을 언제부터, 어떻게 산출할 것인가도 문제다. 사실 정유업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국제유가가 오르기 이전에 보유한 원유 재고 평가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만약 이와 반대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제유가가 오른 지금 수입한 재고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내리면 손실이 불가피한데 이 때는 누가 보상할 것이냐가 쟁점이 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정유사들의 이익이 많아 보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기름값 급등으로 자영업자와 서민의 생활이 이미 한계상황에 내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유업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범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 횡재세를 도입한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우발적인 돈벼락'은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보일 때가 왔다는 점을 암시한다.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경제주체 모두가 적정선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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