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6.28 12:10
(사진제공=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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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1899년 9월 18일. 우리나라의 철마가 처음 달린 날이다. 노량진역과 제물포역을 잇는 33.2km 구간을 달리는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우리나라의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경인선은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가 미국인 모스에게 15년 동안 운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부설권을 주어 건설됐다. 지금 흔히 얘기하는 민자유치 방식으로 건설된 것이다. 첫 열차는 증기기관차 모갈 1호다. 모갈은 탱크형 증기 기관차에서 따온 이름으로, 거인을 뜻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55㎞. 목재 객차 1등 칸에는 외국인, 2등 칸에는 내국인 남자, 3등 칸에는 내국인 여자가 이용했다.

그야말로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소달구지와 인력거가 다니던 시절, 우렁찬 기적소리와 함께 육중한 쇳덩어리가 연기와 불을 내뿜으며 달리는 기차는 세인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하고, 얼을 다 빼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렇게 달린 경인선은 아픔도 많다. 먼저 대한제국의 국민들의 발로 주로 사용되지 못한 채 일제가 우리의 피를 뽑아가는 수탈의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정확한 검증 없이 생일이 바뀌는 또 다른 아픔도 자리하고 있다. 철도의 날은 경인선이 개통된 날인 1899년 9월 18일을 기념해 1937년 지정돼 118년 동안 이어져 오다 느닷없이 2018년부터 6월 18일로 바뀐 것. 다수의 역사학자나 전문가들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잔재를 지우고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하자는 뜻에서 우리나라 첫 철도국 설립일(1894년 6월 28일)에 맞춰 변경한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철도의 날은 128주년을 맞는다.

기념일 변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몰라도 철도는 묵묵히 우리나라의 산업발전과 국민들의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밤 새 기차를 타고 가야했지만, 지금은 시속 300㎞로 달리는 KTX를 타면 2시간 30~40분 만에 갈 수 있으니 격세지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속 55㎞가 300㎞로 변하는 동안 열차의 진화도 눈부시게 이어졌다. 우선 1967년 비둘기호가 등장하며 국민들의 삶은 달라진다. 비록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이고, 지금과 같은 냉방기기는 없었지만 천장에 달린 선풍기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이어 나온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는 2004년 KTX가 도입되기 전까지 특급 열차로 활약했고, 2010년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KTX-산천'이 상업 운행을 시작하며 세계 네 번째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이 됐다. 현재는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 등이 국토의 혈맥을 잇고 있다.

이런 철도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열차가 처음 달린 지 123년이 된 지금 우리 철도는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시베리아를 달려 유럽 대륙으로 내닫는 꿈을 꾸고 있다. 특히 환경과 기후 문제가 글로벌 사회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며 쌓아온 우리의 '친환경' 철도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주목으로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기술력이 세계를 호령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그 장대한 꿈이 우렁찬 기적소리와 함께 세계로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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