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7.04 11:56
허창수(앞줄 왼쪽 여섯 번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앞줄 왼쪽 다섯 번째) 게이단렌 회장을 비롯한 제29회 한일재계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앞줄 왼쪽 여섯 번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앞줄 왼쪽 다섯 번째) 게이단렌 회장을 비롯한 제29회 한일재계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코로나19로 2년 연속 열리지 않았던 한일재계회의가 3년 만에 재개됐다. 이번 회의는 경제계가 앞장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비롯된 비정상적인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일재계회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이 1982년 양국 경제계의 이해증진과 친목도모를 위해 만든 것으로, 1983년부터 매년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발발로 2020년과 지난해에는 열리지 않았다.

4일 전경련에 따르면 두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양국의 주요 기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일본 측에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롄 회장을 비롯해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토바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20명이 함께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전경련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탈퇴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에 소속된 대기업 사장들이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끌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일 경제 동향 및 전망,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협력, 새로운 세계 질서와 국제 관계 등이 논의됐다. 구체적으로 상호 수출규제 폐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발전을 위한 협력 필요성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의 CPTPP 가입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요청했고, 경제 분야에서 한미일 3각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및 정기회의 개최 제안도 나왔다.

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는 8개 항의 공동선언문으로 채택됐다. 공동선언문에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민간교류 정상화를 위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 부활 필요성, 제30회 한일재계회의 개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과거사 문제로 시작해 경제·외교·안보까지 양국의 갈등이 심화한 비정상적 한일 관계는 양국 모두의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인들이 앞장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더없이 반갑다.

한일 수교 이래 양국 간 고비마다 경제계가 역할을 해왔다. 한일재계회의는 1983년부터 매년 이어온 민간협력 채널이다. 과거사 갈등 여파로 촉발된 생산적이지 못한 갈등과 대립을 이 채널을 통해 해소할 때가 됐다. 마침 정부차원에서도 화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경제단체가 한일 관계 개선의 창구가 돼 실질적 실마리를 찾는데 앞장서야 한다.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양국 정부나 경제계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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